2
일본 제국주의 무지한 발이 고려의 땅을 짓밟은 지도 벌써 오래다.
3
그놈들은 군대와 경찰과 법률과 감옥으로 온 고려의 땅을 얽어 놓았다.
4
칭칭 얽어 놓았다 ─ 온 고려 대중의 입을, 눈을, 귀를, 손과 발을.
5
그리고 그놈들은 공장과 상점과 광산과 토지를 모조리 삼키며 노예와 노예의 떼를 몰아 채찍질 아래에 피와 살을 사정없이 긁어 먹는다.
6
보라! 농촌에는 땅을 잃고 밥을 잃은 무리가 북으로 북으로, 남으로 남으로, 나날이 쫓기어가지 않는가?
7
뼈품을 팔아도 먹지 못하는 그 사회이다. 도시에는 집도, 밥도 없는 무리가 죽으러 가는 양의 떼같이 이리저리 몰리지 않는가?
8
그러나 채찍은 오히려 더 그네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 ─
9
순사에게 눈부라린 죄로, 지주에게 소작료 감해달란 죄로, 자본주에게 품 값을 올려달란 죄로.
10
그리고 또 일본 제국주의에 반항한 죄로, 프롤레타리아트를 위하여 싸워가며 일한 죄로!
11
주림과 학대에 시달리어 빼빼마른 그네의 몸뚱이 위에는 모진 채찍이 던지어진다.
12
어린 ‘복남’ 이는 저의 홀어머니가 진고개 일본 부르주아놈에게 종노릇하느라고, 한 도시 안, 가깝기 지척이건만 벌써 보름이나 만나지 못하여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울다가 날땅에 쓰러지어 잠들었다.
13
젊은 ‘순이’ 는 산같이 믿던 저의 남편이 품팔이하러 일본간 뒤에 4년이나 소식이 없다고, 강고꾸베야에서 죽었는가 보다고, 감독하는 일본놈에게 총살당하였나 보다고, 지금 일본 관리놈 집의 밥솥에 불을 지펴주며 한숨 끝에 눈물짓는다.
15
기운 씩씩하고 일 잘하던 인쇄 직공 공산당원 ‘성룡’ 의 늙은 어머니는 어느 날 아침결에 경찰서 문턱에서 매맞아 죽어 나오는 아들의 시체를 부등켜 안고 쓰러졌다 ─ 그는 지금 꿈에도 자기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운다.
17
십 년이나 두고 보지 못하던 자기 아들이 정치범 미결감 삼년 동안에 옷 한 벌, 밥 한 그릇 들이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한번 보겠다고 천리 밖에서 달려와 공판정으로 기어들다가 무지한 간수놈의 발길에 채여 땅에 자빠져 구을러 하늘을 치어다 보며 탄식하는 흰 머리의 노인도 있다.
19
온 고려 프롤레타리아 동무 ─ 몇 천의 동무는 그놈들의 악독한 주먹에 죽고 병들고 쇠사슬에 매여 감옥으로 갔다.
20
그놈들은 이와 같이 우리의 형과 아우를, 아니 온 고려 프롤레타리아트를 박해하려 든다.
21
고려의 프롤레타리아트! 그들에게는 오직 주림과 죽음이 있을 뿐이다, 주림과 죽음!
22
그러나 우리는 낙심치 않는다. 우리의 힘을 믿기 때문에 ─
23
우리의 뼈만 남은 주먹에는 원수를 쳐 꺼꾸러뜨리려는 거룩한 싸움의 힘이 숨어 있음을 믿기 때문에.
24
옳도다, 다만 이 싸움이 있을 뿐이다 ─
25
칼을 칼로 잡고 피를 피로 씻으려는 싸움이 ─ 힘세인 프롤레타리아트의 새 기대를 높이 세우려는 거룩한 싸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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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림의 골짜기, 죽음의 산을 넘어 그러나 굳건한 걸음으로 걸어 나아가는 온 세계 프폴레타리아트의 상하고 피묻힌 몇 억만의 손과 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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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동쪽 하늘에서 붉은 피로 물들인 태양을 떠받치어 올릴 것을 거룩한 프폴레타리아트의 새날이 올 것을 굳게 믿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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