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인의 눈을 지혜의 샘이라고 하고 입을 열정의 보금자리라고 한다면 머리는 ─ 삼단 같은 검은 머리는 무엇이라고 형용함이 옳을까.
4
“그대의 머리털은 포도송이. 에돔의 나라, 에돔 포도원에 드레드레 드리운 검은 포도송이다. 그대의 머리털은 레바논산의 전나무. 낮에도 오히려 사자와 산적이 와서 숨을 만한 으슥한 레바논산의 전나무다.”
5
─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털을 이렇게 야단스럽게 형용하고 칭찬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벌써 산발한 예언자의 자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니 살로메의 머리털이야말로, 여인의 머리털이야말로 이 형용을 받기에 족한 것이다. 기름을 발라 곱게 빗어 내린 머리같이 운치 없는 것은 없다. 씻은 채로 말려서 수북이 일어선 머리 ─ 그야말로 에돔 나라의 포도송이요, 레바논산의 전나무요, 신비의 수풀이다. 머리털의 미의 극치는 여기에 있다. 한때 천대받던 단발미의 재생을 이 점에서 바라고자 한다. 늘 깨끗이 씻어져 있는 파도치는 긴 단발 ─ 에돔의 포도송이. 아름다운 수풀 속.
6
그 검은 포도송이의 배경으로 5월 만한 때가 없다. 색채의 시절인 까닭이다. “무지개 속에서 에메랄드의 부분만을 오려 온” 듯도 한 신선한 신록을 배경으로 하고 선 여인의 검은 머리야말로 일사천벽(一絲千碧)의 값있는 것이 아닐까. 검은 머리, 흰 얼굴, 초록의 나뭇잎, 색색의 꽃, 여기에 금청(金靑)의 하늘을 배치하고 한숨의 부드러운 남풍을 더하여 오리 오리의 검은 머리카락을 간들간들 나부끼게 한다면 5월의 풍경으로 이에 지남이 있을까.
7
그 여인의 눈에 보다도 입에 보다도 무엇에 보다도 먼저 나그네의 시선은 그의 머리다발 위로 쏠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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