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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생기우전(何生奇遇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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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한(申光漢)
1
하생기우록(何生奇遇錄)
 
 
2
麗朝有何生者, 居平原, 家世寒微, 早失怙恃, 欲娶無所售, 窮不能自資。 然而風儀瑩秀, 才思穎拔, 鄕曲多稱其賢者。 州宰聞其名, 選補大學。
3
고려조에 하생(何生)이란 사람이 있어 평원(平原)에 살았다. 집안이 대대로 한미한데다 일찍 부모를 잃었다. 장가들려 하나 청혼하는 곳이 없었고 궁핍하여 스스로 생활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풍도와 거동이 매우 뛰어나고 재주와 생각도 뛰어나, 마을에서는 그의 어짊을 칭찬하는 이가 많았다. 고을의 수령이 그 명성을 듣고 뽑아 태학(太學)에 맡겼다.
 
4
生將整裝上都, 臨發語婢僕曰: 「吾上無父母, 下無妻子, 尙何顧汝輩刺刺? 昔終軍棄繻, 相如題柱, 弱冠皆有大志。 吾雖駑蹇, 頗慕兩子爲人, 他日衣錦歸, 爲爾輩榮, 幸守舊業無墜!」
5
하생은 장차 단정히 차리고 서울로 올라가려는데 출발에 임하여 비복(婢僕)에게 말했다. “나는 위로 부모도 없고 아래로 처자도 없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너희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말을 하겠느냐? 옛날 종군(從軍)은 신표를 버렸고,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기둥에 글을 써서 약관에 모두 큰 뜻을 가졌었다. 내가 비록 둔하고 부족하나, 둘의 사람됨을 경모하고 있다. 다른 날 금의환향하여 돌아와 너희들을 영광스럽게 할 것이니, 가업을 잘 지켜 실추되지 않게 하길 바란다.”
 
6
旣赴國學, 與諸生較藝, 莫能或之先者。 生以爲龍頭可捷ˎ靑雲可步, 驁然有高世之志。 時朝政旣亂, 選擧亦不以公, 荏苒四五載, 抱屈黌舍, 常悒怏不樂。
7
국학에 이르러 여러 선비와 재주를 겨루니 어떤 이도 앞설 수 있는 자가 없었다. 하생은 장원급제하여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고 오만하게 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높은 뜻을 가졌으나, 당시 조정의 정치는 이미 어지러웠고 과거시험도 또한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럭저럭 사오 년 학사(學舍)에서 억울함을 안고 항상 못마땅해 즐겁지 않았다.
 
8
一日, 語同舍生曰: 「蔡澤所不知者壽, 從唐生決之。 吾聞駱駞橋傍, 有卜師, 言人壽夭禍福, 期以日月。 吾將就卜, 以決狐疑。」
9
하루는 같은 학사의 선비에게 말했다. “채택(蔡澤)도 알지 못하는 것은 목숨이라. 당생(唐生)을 따라 결정하였소. 내가 듣건대 낙타교 곁에 점쟁이가 있는데 사람의 장수함과 요절함, 재앙과 복록을 말한다고 하오. 날짜를 작정해 장차 나아가 점을 쳐 의혹을 해결하겠소.”
 
10
遂歸私第, 探篋中, 得寶藏金錢數枚, 懷之而往。 卜師曰: 「富貴, 公所固有, 但今日甚不吉, 占得明夷之家人。 明夷者, 明入地中之象; 家人者, 利見幽人之貞。 可出國南門疾走, 不至日暮, 不宜還家, 非但度厄, 且得佳偶。」
11
드디어 자기 집으로 돌아와 상자 속을 뒤져 간직했던 보배와 금전 몇 냥을 얻어서는 품고 갔다. 점쟁이는 말했다. “부유함과 존귀함은 공께서 본디 가진 바이나, 다만 오늘이 매우 길하지 못하오. 점은 명이괘(明夷卦)가 가인괘(家人卦)로 감을 얻었소. 명이괘는 밝음이 땅으로 들어가는 상이고, 가인괘는 세상을 피해 한가히 사는 사람의 곧은 지조를 만남이니 이롭소. 국도(國都)의 암문을 나가 빨리 뛰어 날이 저물 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음이 옳소. 단지 재앙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또한 아름다운 짝을 얻으리다.”
 
12
生不能無惑志, 瞿然起別, 因出國南門。 秋山可愛, 隨意所適, 不覺日已昏黑, 四顧夐絶, 無所托宿, 飢困且至, 傍路徘徊。 時則仲秋十八日, 山月未吐, 望見遠樹間, 孤燈點星。
13
하생은 그 뜻에 미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일어나 작별하고는 인하여 국도 남문으로 나갔다. 가을 산은 가히 아름다웠고 뜻에 따라 길을 가던 바 해가 이미 저물어 어두운 것도 깨닫지 못했다. 사방을 돌아보니 인적이 끊어져 의탁해 잘 곳도 없었고 허기와 고단함도 또한 밀려왔다. 길 곁을 배회하는데 때는 팔월 십팔일이었다. 산에 달은 아직 뜨지 않았는데 멀리 나무속을 바라보니 등불 하나가 별빛처럼 깜빡였다.
 
14
意有人家, 索途前行, 寒煙蔓草, 零露瀼瀼, 至則月亦明矣。 見一屋, 小而麗, 畫堂高出墻外, 紗䆫裏燭影靑熒, 外戶半開, 稍無人跡。 生異之, 潛入而窺, 有美人年可二八, 欹倚角枕, 半掩錦被, 愁容麗態, 目難定視。 乃支頤太息, 微吟二絶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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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사람의 집이 있으려니 하고 길을 찾아 앞으로 갔다. 싸늘한 안개는 풀에 엉기고 내린 이슬은 촉촉했다. 그곳에 이르니 달 또한 밝았다. 바라보니 작고 화려한 집 하나가 있는데, 그림 같은 본채가 담장 밖으로 높이 솟았고, 사창 안에는 촛불 그림자가 푸르게 빛났다. 바깥문은 반쯤 열렸는데, 조금도 사람의 자취는 없었다. 하생은 이상해 하며 가만히 들어가 엿보니 나이가 열여섯 살쯤 되는 미인이 있었다. 각진 베개에 의지하여 반쯤 비단 이불에 가린, 근심스런 얼굴에 고운 태도는 눈으로 바로 응시하기 어려웠다. 이에 턱을 괴고 크게 탄식하더니, 가늘게 두 절구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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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篆煙消閉洞房, 閑愁無意繡鴛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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鴈書一斷秋空冷, 落月亭亭照屋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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塵留粉匣綠生銅, 夢裏逢郎覺是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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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幌夜深霜信早, 古槐踈柳月明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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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에 연기 다하고 동방은 닫혔는데
21
한가로운 근심에 뜻 없이 원앙을 수놓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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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번 끊어지니 가을하늘 싸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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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달 아름다이 대들보를 비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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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갑에는 먼지 날고 구리거울은 녹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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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만난 님 잠깨니 허황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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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휘장의 밤은 깊어 기러기가 이르고,
27
늙은 홰나무, 성긴 버들에 밝은 달이 비추도다.
 
 
28
觀詩意, 則若戍夫之婦, 而容儀居止, 又似貴家處子。 懼有人守之者, 慄然而退, 不覺足音跫然。
29
시의 뜻을 본즉 수자리 사는 이의 아내 같고, 용모와 행동이 또한 귀한 집 처녀와 같았다. 지키는 자가 있을까 겁내고 떨며 물러나려다가 발소리가 저벅저벅 하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30
美人呼侍兒曰: 「金環! 玉環! 䆫外跫音者誰也?」 侍兒齊應而至曰: 「吾兩人方假睡後廳, 䆫外月明, 復何人乎?」 女細語曰: 「昨夜有佳夢, 吾固告汝矣, 莫是吉士來歟?」 因相與謔笑。
31
미인은 시녀를 불러 말했다. “금환아! 옥환아! 창 밖에 저벅저벅 소리 내는 자가 누구냐?”
32
두 시녀가 함께 대답을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바야흐로 선잠이 들었습니다. 뒷마루 창밖에 달이 밝을 뿐 또 누가 있겠습니까?”
33
미녀는 가느다란 어조로 말했다. “어젯밤에 아름다운 꿈이 있어, 진정 너에게 말했었다. 이는 좋은 선비가 옴이 아니냐?”인하여 서로 함께 농담하며 웃었다.
 
34
生怳聞其語, 又思卜師之說, 心內自喜。 遂敲門作謦欬聲。 卽有二侍兒撝門應曰: 「山堂夜深, 客何爲者也?」
35
하생은 어렴풋이 그 소리를 듣고 또 점쟁이의 말이 생각나서 마음속으로 스스로 기뻐하고는 드디어 문을 두드리고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곧 두 시녀가 문을 밀치고 대답하여 말했다. “산에 있는 집이고 밤도 깊은데, 손님은 무엇 하는 사람이시오?”
 
36
生曰: 「吾非尋春崔護渴酒求漿, 獨行失路, 願托一宿。」
37
하생이 말했다. “나는 봄을 찾는 최호(崔護) 술에 목말라 음료수를 구함이 아니고 홀로 가다가 길을 잃었을 뿐이오. 하룻밤 유숙을 부탁하오.”
 
38
侍兒咄曰: 「是處小娘子獨寓, 固非客宿之所。」 便鎖門而入。
39
시녀는 혀를 차면서 말하기를, “이곳은 작은 낭자가 홀로 우거하는 곳이니 진실로 손님이 잘 곳은 아닙니다.”하고는 곧 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40
生心迷意短, 芒若有喪, 倚戶彷徨而已。 夜久忽驚門開鏗鈜, 則前之侍兒啓門曰: 「娘子知客定非常人, 以爲山多豺虎, 四無隣比, 窮而來投, 拒之不祥, 許於便房下處矣。 客可入宿。」
41
하생은 마음이 미혹되고 생각이 짧아 망연히 넋을 잃고, 문에 기대 방황할 뿐이었다. 밤이 오래되자 홀연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에 놀랐는데 앞의 시녀가 문을 열며 말했다.
42
“낭자께서는 손님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아시고서, 말하기를 ‘산에 승냥이 호랑이가 많고 사방에 이웃도 없다. 곤궁하기에 와서 의탁했는데 거절하면 상서롭지 못하다.’하시고, 사랑방에 거처토록 허락하셨습니다. 손님께서는 들어와 유숙하십시오.”
 
43
生拜謝, 就所舍, 淨室翛然, 枕席鮮美。 房內置金縷案, 上有玉硯ˎ綵筆ˎ花牋數幅, 傍則銀缸蘭膏, 寶鴨沈煙, 照耀芬馥。 又供酒食, 皆極香潔。 侍兒尋以主娘之命來問曰: 「寡居僻陋, 客緣何至此?」
44
하생은 절해 사례하고 머물 곳으로 나아갔다. 깨끗한 방은 꾸밈이 없어 자연스러웠고 잠자리도 곱고 아름다웠다. 방안에는 황금 빛 주렴이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옥돌로 된 벼루와 채색 붓과 꽃무늬 종이 몇 폭이 있었고, 곁에는 은 항아리와 향을 먹인 기름과 향로가 있어 연기가 그윽하게 빛나며 향기롭고, 또 제공하는 술과 음식도 극히 향기롭고 깨끗했다. 시녀는 조금 뒤 주인 낭자의 명령으로 와서 물었다.
45
“과부의 거처라 외지고 누추합니다. 손님은 무슨 연고로 여기에 이르렀습니까?”
 
46
生度室中無他人, 欲嘗女意, 乃答曰: 「鯫生早負才名, 來充國賓。 常歌谷鸎之詩, 每陋陳良之學, 妄意靑紫可收拾, 功業可指取, 不識富貴在天, 吉凶由人。 今日過聽卜師之言, 乃至於是。」 幷以卜師之言告之。
47
하생은 방안에 다른 사람이 없음을 헤아리고는 여자의 뜻을 시험하고자 하며 이에 답했다.
48
“소생은 일찍이 재주와 명성에 힘입어 국빈(國賓)으로 성균관에 들어갔습니다. 항상 곡앵시(谷鸎詩)를 읊고, 늘 진량(陳良)의 학문을 비루하게 여겼습니다. 망령되이 출세에 뜻을 두고 고위직을 얻을 수 있다 여기며 공로를 가리켜 취할 수 있다 하고는, 부유함과 존귀함이 하늘에 있으며 길함과 흉함이 사람에게 말미암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지나다 들은 점쟁이의 말로 마침내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49
이에 아울러 점쟁이의 말을 고했다.
 
50
侍兒聞言而去, 笑而來復曰: 「弱質亦信卜師之說, 度厄而來, 斯非偶然。 室雖陋, 請好一宿。」
51
시녀는 말을 듣고 갔다가 웃으면서 돌아와서는 다시 말했다. “연약한 저도 또한 점쟁이의 말을 믿고 재액을 면하러 여기에 왔으니 우연이 아닙니다. 방이 비록 누추하나 청컨대 하룻밤 유숙함이 좋겠습니다.”
 
52
生尤異於其言, 不勝技癢, 卽取案上花牋, 書短篇二章, 付侍兒曰: 「借館已多, 慇懃如是, 口難陳謝。」
53
하생은 그 말이 더욱 이상해 궁금함을 견딜 수 없었다. 즉시 책상 위의 꽃무늬 종이를 가져다 단편 시 두 장을 써서 시녀에게 부치며 말했다. “방을 빌리고 이미 은밀한 정의 많음이 이와 같으니 입으로 진술해 사례하기 어렵소.”하고는 시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54
其詩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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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淺銀河影半橫, 繡簾重下掩雲屛。
56
不嫌織女機邊過, 還恠君平識客星。
57
香塵脉脉雲初散, 玉節迢迢鳳不媒。
58
膓斷一宵孤枕夢, 却憐無路到陽臺。
 
59
맑고 맑은 은하수 그림자는 반이나 비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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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발 무겁게 내려 구름을 가린 병풍이로다.
61
직녀의 베틀 곁 지남을 싫어하지 않으니,
62
도리어 엄군평이 객성 알아봄을 괴이해 하도다.
63
향기로운 기운은 끊임없고 구름은 비로소 흩어지는데
64
아름다운 절개 드높이나 봉황이 중매하지 않도다.
65
애끊는 하룻밤 외로운 베개의 꿈
66
문득 양대에 이르러 길 없음을 안타까워하노라.
 
 
67
侍兒將去。 未須臾, 復持花牋, 致之生前, 乃主娘之所酬也。
68
시녀가 가지고 간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꽃무늬 종이를 가지고 와서 하생 앞에 내놓았다. 바로 주인 낭자가 화답한 것이었다. 그 시에는 이렇게 말했다.
 
69
其詩曰:
70
昨宵懶倚鴛鴦枕, 夢折繁花揷滿頭。
71
說與侍兒心內事, 欲看粧鏡却生羞。
72
待月踈欞夜不扃, 玉籠鸚鵡睡初成。
73
經心落葉琅玕響, 却似無情更有情。
 
74
어젯밤 원앙침을 베고서
75
활짝 핀 꽃을 꺾어 가득 머리에 꽂는 꿈을 꾸었다오.
76
시녀와 함께 마음속의 일을 말하고
77
화장 경대를 보려고 하니 문득 부끄러움만 생긴다오.
78
달을 기다리려 열린 창을 밤에도 닫지 않았는데
79
조롱의 앵무새는 잠을 비로소 이루도다.
80
잎은 아름다이 떨어져 마음을 울리니
81
흡사 정이 없는 듯하나 다시 정이 있다오.
 
 
82
生得詩, 雖知女意, 將信將疑。 見女之室, 近且無閡, 侍兒皆就睡。 初若便旋然, 履行遂進, 輕手開䆫, 則女方悄然愁坐, 若有所俟。 生就與調笑曰: 「豈不聞乎? 『俚譜』曰: ‘有客借門宿, 夜深還借堂。’ 主人莫打鴨! 打鴨驚鴛鴦。」
83
하생은 시를 읽고 비록 여자의 뜻을 알았으나, 미덥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여자의 방을 보니 가까운데다 또 닫히지도 않았고, 시녀는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엔 오로지 방안에서 배회할 듯이 하다가 걸어 드디어 나아갔다. 손을 가뿐히 하여 창을 열자 여자는 바야흐로 쓸쓸하고 근심스러이 앉아 마치 기다리는 바가 있는 듯했다. 하생은 나아가 함께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84
“어찌 듣지 않았겠습니까? 세속의 노랫말에 말하기를 ‘손님이 있으면 문을 빌려 유숙시키고, 밤이 깊으면 곧 집을 빌려준다. 주인은 오리를 때리지 마소. 오리를 때리면 원앙이 놀라오.’라고 했습니다.”
 
85
女低鬟嬌羞, 但曰: 「業緣已成, 不可躱也。」 時殘燈背屛, 欲明欲滅。 女將就臥, 語生曰: 「吾嘗愛韋蘇州詩, 有曰: ‘幽人將遽眠, 解帶飜成結。’ 今夜益知其眞也。」
86
여인은 땋은 머리를 낮추고 교태롭게 수줍어하며 다만 말하기를, “업보의 인연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때는 쇠잔한 등불이 병풍을 등지고 밝았다가 꺼지려 했다. 여인은 장차 누우려다가 하생에게 말했다. “제가 일찍이 위소주(韋蘇州)의 시를 사랑했는데, ‘홀로 사는 사람 장차 자려고 띠를 풀었다가 다시 맨다.’라고 말한 것이 있습니다. 오늘 밤은 더욱 그 진의를 알겠습니다.”
 
87
相與讙謔, 極盡繾綣。夜將曉, 女枕生臂, 嗚咽流涕。 生驚曰: 「纔成好會, 遽爾如此奚?」
88
서로 함께 즐거이 희롱하고 매우 다정함을 다했다. 밤이 장차 밝으려는데 여인은 하생의 팔을 베고 오열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생이 놀라 말했다.“겨우 좋은 만남을 이루었는데 갑자기 그대가 이와 같음은 어째서이오?”
 
89
女曰: 「此實非人世。 妾乃侍中某之女也。 死而葬此, 今已三日矣。 吾父久居權要, 以睚眦中傷人甚衆。 初有五子一女, 而五娚皆先父夭折, 妾獨在側, 今又至此。 昨上帝召妾命之曰: ‘爾父頃鞫大獄, 全活無罪數十人, 可贖前日中傷人之罪。 五子死已久, 不可追也, 當遣爾歸。’ 妾拜而退。 期在曉日, 過此則更無其蘇之望。 今者邂逅郎君, 是亦命也。 欲托永好, 終奉巾櫛, 未識許否?」
90
여인이 말했다. “여기는 현세의 인간 세상이 아닙니다. 저는 바로 시중 아무개의 딸로 죽어서 여기에 묻힌 지 지금 이미 사흘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오랫동안 권세의 요직에 있으면서 눈 흘김에 남을 얽어 상해함이 매우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다섯 아들과 딸이 하나 있었는데, 다섯 오라비는 모두 아버님보다 앞서 요절했고, 제가 홀로 곁에 있다가 지금 또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상제께서 저를 불러 명령에 말하기를 ‘네 아비는 조금 뒤에 큰 옥사에 국문을 받을 것이고 죄 없는 수십 명은 살아날 것이다. 지난날 남을 얽어 상해한 죄를 속죄할 수는 있으나, 다섯 아들은 죽은 지 이미 오래 되어 보낼 수 없겠고, 마땅히 너를 보내 돌아가게 하리라.’하여 저는 절하고 물러났는데, 기한이 다음날 새벽까지이므로, 이를 지나면 다시금 깨어날 가망이 없었습니다. 지금 낭군을 만났으니 이 또한 운명입니다. 길이 의탁해 좋아하며 끝까지 수건과 빗을 받들고자 하오나, 허락하실지 모르겠습니다.”
 
91
生亦泣曰: 「苟若子言, 當死生以之。」
 
92
女乃抽枕邊金尺以與曰: 「郎君可持此, 置之國都巿大寺前下馬石上, 必有記取者, 雖至困辱, 幸勿忘也。」
93
하생도 또한 울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응당 목숨을 걸고 그렇게 하겠소.”
94
여인이 이에 베갯머리에서 금척(金尺) 하나를 꺼내 주며 말했다. “낭군께서는 이것을 가지고 가서 국도의 저자거리 큰 절 앞에 있는 하마석 위에다 올려놓으십시오. 반드시 알아보는 자가 있을 겁니다. 비록 곤욕을 당하더라도 제 말씀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95
生曰: 「諾。」 女促生起。 遂握手相別, 口占一絶送生, 曰:
96
하생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여인이 하생에게 빨리 일어나 떠날 것을 재촉했다. 드디어 손을 맞잡고 이별하며 시 한 구절을 읊어 하생을 배웅했다.
 
97
山花初謝鳥關關, 春信無端暗裏還。
98
一托死生恩義重, 早將金尺出人間。
 
99
산꽃이 갓 떨어지고 새소리 정답더니
100
봄소식이 무단히 어둠 속에도 돌아왔네.
101
한 번 생명을 맡겨 은의가 중하게 되었으니
102
어서 금척을 가지고 인간 세상에 나가시오.
 
 
103
生亦留一絶以別, 且以固女之意。
104
하생도 한 구절을 읊어 이별을 하고 또 여인의 뜻을 다짐했다.
 
105
詩曰:
106
花藏繡幕碧雲沈, 肯許遊蜂取次尋。
107
分明袖裏黃金尺, 欲就人情度淺深。
 
108
꽃은 비단 장막 속에 있고 푸른 구름이 잠겼는데
109
노니는 벌 찾아드는 걸 또 허락하시려오.
110
분명한 소매 속의 황금 자를 가지고
111
인정의 깊고 얕음을 재어보고 싶어라.
 
 
112
女掇泣曰: 「妾非倡類, 何待之薄? 但得好返, 莫慮相渝。」 生出門數步顧視, 則乃一新塚也。慘然抆淚而歸, 至大寺前, 果有方石存焉。 出金尺置之石, 行者不顧。
113
여인이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첩이 창류(倡類)가 아닌데 어찌 이토록 박하게 대하십니까? 나가시는 길이나 잘 살펴 가시고 제 마음이 변할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114
하생이 문을 나와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바로 새로 쓴 무덤만 하나 있었다. 슬픈 마음으로 눈물을 닦으며 돌아와서 큰 절 앞에 이르니, 과연 네모난 반석이 하나 있었다. 금척을 꺼내 돌 위에 올려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 있게 보는 이가 없었다.
 
115
日且高, 有女三, 皆素服市過之, 後一女見尺, 繞石三環而去。
116
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 소복 차림을 한 세 여인이 시장을 나왔다가 지나가더니, 뒤에 가던 한 여인이 금척을 발견하고는 반석 주위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117
有頃, 女率健奴數輩來, 縛生曰: 「此少娘子殉葬之物, 爾其墓賊乎!」
118
얼마쯤 지나서 그 여인이 건장한 노복 몇 명을 데리고 와서는 하생을 잡아 묶고는 말했다. “이것은 작은 아씨 무덤에 순장하였던 물건이다. 너는 묘 도둑이구나.”
 
119
生重女之托, 情愛亦篤, 俛首取辱, 不敢開口。 見者皆唾鄙之。 旣至其第, 縛致生階下。
120
하생은 무덤 속 여인의 부탁도 있고 사랑하는 마음도 도타운지라 고개를 숙이고 욕을 당하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않았다. 보는 자들이 모두 침을 뱉으며 더럽게 여겼다. 그 집으로 끌고 가서 하생을 뜰아래에 묶어 놓았다.
 
121
侍中倚烏几, 坐廳事中, 座後垂珠箔。 其下侍婢數十, 相排競看曰: 「貌是儒者, 行則賊也。」
122
시중이 오궤(烏几)에 기대어 청사(廳事)에 앉아 있고 자리 뒤에는 주렴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시녀들이 수십 명 둘러 모여 있는데 서로 보려고 밀치면서 말했다.“생긴 것은 선비처럼 생겼는데 행실은 도적이구먼.”
 
123
侍中取金尺認之, 泣曰: 「果吾女殉葬之尺也。」
124
시중이 금척을 가져다가 알아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125
“과연 내 딸의 무덤에 순장했던 금척이다.”
 
126
簾內有哭聲嗚嗚, 侍婢皆掩泣。 侍中搖手止之, 問生曰: 「爾是何人, 得之何處?」
127
주렴 안에서 흑흑 울음소리가 들렸고 시녀들도 모두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시중이 손을 저어 그치게 하고 하생에게 물었다.“너는 뭐하는 사람이며 이 물건은 어디서 났느냐?”
 
128
生答曰: 「我是大學生, 得之墓中。」
129
하생이 대답하였다. “저는 태학생이고 이것은 무덤 안에서 얻었습니다.”
 
130
侍中曰: 「汝以詩禮發塚可乎?」
131
시중이 말했다. “네가 입으로는 시(詩)와 예(禮)를 말하면서 행실이 무덤이나 파는 도적과 같으니 될 말인가?”
 
132
生笑曰: 「請解吾縛, 得近閤前, 欲報吉語。 大人將思報德, 反加怒歟?」
133
하생이 웃으며 말했다. “제 결박을 풀고 가까이 가게 해주십시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대인께서는 은혜 갚을 것을 생각하셔야지 도리어 화를 내시면 되겠습니까?”
 
134
侍中卽命解縛上階。 遂歷言之。 侍中色慚良久, 曰: 「寧有是耶?」
135
시중이 즉시 결박을 풀게 하고 뜰 위로 오르게 하니, 하생은 드디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 주었다. 시중이 부끄러운 얼굴로 한참 있다가 말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136
婢僕莫不相顧吁歎。 簾中泣且語曰: 「事不可測, 驗而罪之未晩。 聞生之說, 則吾女容儀服飾, 一如平生, 必無疑也。」
137
비복들이 서로 돌아보며 탄식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주렴 안에서 흐느끼며 말했다. “일이 헤아리기 어려우니 확인해보고 죄를 주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서생이 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 딸이 살았을 적 용모나 복장과 똑같습니다. 필시 틀림없을 것입니다.”
 
138
侍中曰: 「然。 卽令備畚鍤具兜子! 吾其親往。」
139
시중이 말했다.“그래. 즉시 삼태기와 삽을 준비하고 가마를 갖추어라. 내 직접 가보겠다.”
 
140
留數奴守生, 而去。 旣至墓域, 丘原依舊。
141
노비 몇 명을 남겨 하생을 지키게 하고 무덤으로 갔다. 무덤에 도착해 보니 무덤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이에 이상히 여겨 파보았다.
 
142
乃異而發之, 女顔色如生, 心下微溫, 令乳媼擁而轝還, 不假巫醫, 勿撓而已。 至日暮方蘇, 視父母細哭一聲。 氣且定, 父母問曰: 「爾之死去, 有何異也?」
143
여인은 얼굴빛이 살아 있는 것과 같았고 가슴에는 따스한 기운이 조금 있었다. 유모 할미를 시켜 싸안고 수레에 태워 돌아왔다. 의원을 부를 겨를도 없어서 요동되지 않게 가만히 놓아두었는데, 해가 저물 무렵 바야흐로 깨어났다. 부모를 보고 가늘게 흐느끼더니, 조금씩 안정이 되었다. 부모가 물어보았다. “네가 죽은 뒤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더냐?”
 
144
女曰: 「吾以爲夢, 是乃死乎? 吾無異焉爾。」 忸怩。 父母固問, 女始肯言, 一符生所說。 闔門擊節驚恠。 於是館待生甚厚。
145
여인이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저는 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죽음이었습니까?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146
부모가 굳이 물으니 여인이 비로소 말을 하는데, 하생이 했던 말과 꼭 들어맞았다. 온 집안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놀라워했다. 이렇게 되자 하생에 대한 대우가 퍽 좋아졌다.
 
 
147
數日女已復常。 侍中張盛宴以慰生, 仍問家世, 又問娶不。 生答以不娶, 父則平原校生, 沒已久矣。 侍中頷之, 入與夫人謀曰: 「何生容貌才氣, 實非常人, 妻之何疑? 但家世不敵, 事又夢誕, 因而與之, 恐駭物論, 吾欲厚遺之。」
148
며칠이 지나 여인이 건강을 회복하였다. 시중이 성대한 잔치를 열어 하생을 위로하고 이어 집안 형편이며 장가를 들었는지 물었다. 하생은 장가는 아직 들지 않았으며 아버지는 평원(平原) 고을의 교생(校生)이었는데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대답했다. 시중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가 부인과 의논하더니 말했다. “하생은 용모와 기개로 보아 실로 보통 사람이 아니니, 사위로 삼는 데 있어 무슨 망설일 게 있겠소? 다만 집안이 우리와는 맞지 않고 일도 또한 꿈같이 허탄하니, 이번 일로 해서 그와 혼사를 이룬다면 세상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길까 염려되오. 내 생각으로는 많은 답례품을 주어서 보답하는 것이 좋겠소.”
 
 
149
夫人曰: 「此在大人度內, 婦子何預?」
150
부인이 말했다. “이 일은 대인(大人)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니, 부녀자가 어찌 간여할 수 있겠습니까?”
 
151
一日, 又開宴慰生, 問以所欲, 曾無一語及婚媾事。 生怏怏歸所館, 拊膺腐心, 怨女渝約。 乃成短篇寫小紙, 託女乳媼通于女。
152
하루는 다시 잔치를 열고 하생을 위안하였는데, 하생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으면서 혼인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하생은 분한 마음으로 처소로 돌아와서 가슴을 치고 속상해하며 여인이 약속을 저버린 것을 원망했다. 이어 시를 한 편 지어 여인의 유모 할미에게 부탁하여 여인에게 전하게 하였다.
 
 
153
詩曰:
154
泥雖點玉應無汚, 鳳已歸巢肯顧鸞?
155
臂上淚痕紅未滅, 只今還怍夢中看。
 
156
흙탕물 옥에 묻어도 옥은 변함이 없을 테고
157
봉황이 제 둥지를 찾았으니 난새를 돌아보려 하겠는가?
158
팔위의 눈물 자국 아직도 또렷한데
159
다만 이제 도리어 꿈속에서나 보겠구나.
 
 
160
女見詩驚問, 始識父母有背生之志, 遽稱疾廢飮食。 父母心知女意, 問疾所祟。
161
여인이 시를 보고 놀라 그 동안의 사정을 물어보고 비로소 부모가 하생을 배반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았다. 부모가 속으로 딸의 마음을 알고 병의 빌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162
女泣曰: 「愈踈, 不孝也。 不可磯, 亦不孝也。 非敢爲踈, 恐爲磯也。」
163
딸이 울면서 말했다. “부모를 멀리하는 것도 불효입니다만 부모의 사소한 잘못을 들추는 것도 역시 불효라고 합니다. 감히 소원하게 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잘못을 들추어 부모님께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됩니다.”
 
164
父母曰: 「欲言則言, 又誰諱也?」
165
부모가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거라. 못할 말이 무엇이냐?”
 
166
女脫簪珥, 起拜待罪曰: 「父兮生我, 母兮鞠我。慈深季女, 婉孌婭姹。室家之壼, 酒食是宜。 問寢尸饔, 庶無貽罹。 上帝疾威, 殃此積惡。 罔極之恩, 反貽伊戚。 有子五人, 宛其死滅。 哀我無辜, 墓門成棘。 昊天曰明, 及爾修德。 一善陰騭, 庸錫女士。
167
여인이 비녀와 귀걸이를 풀고 일어나 절하고 대죄하여 말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어, 깊은 사랑 받은 막내 어여쁘게 자랐답니다. 정숙하게 집안에서 음식 솜씨 훌륭했고 저녁 문안 아침 조반 탈 없이 잘 해냈답니다. 옥황상제 노여움이 악한 집에 재앙 내려, 망극하신 부모 은혜 근심으로 갚게 됐답니다. 다섯 아들 두었는데 부모 먼저 죽게 되어 죄 없는 우리 남매 무덤 덮은 가시 덩굴, 하늘은 밝으시어 덕 닦음을 다 아시고, 한 가지 착한 일로 이 몸에 은혜 내리셨지요.
 
168
還魂有路, 九原可起。中宵寤擗, 怨結永夜。月出皎兮, 逢此粲者。 綢繆一誓, 已成同穴。穿墉啅屋, 生死肉骨。 黃泉無閒, 大隧有空。 融融洩洩, 其樂亦孔。 仲非折檀, 女豈霑露? 宜何報德? 乃敢寁好。
169
혼백 돌아갈 길이 있어 지하에서 일어나서 잠 못 들고 가슴 치며 원한 맺는 긴긴 밤에, 동산 위엔 달도 밝고 반가워라 님을 만나 단단히 맺은 언약 같이 죽자 하였답니다. 담을 뚫고 지붕 뚫어 죽은 목숨 살렸으니 황천엔 길 없으나 무덤 굴엔 통로 있겠지요. 즐겁고 즐거우니, 그 즐거움 크답니다. 나무 꺾지 않으시고 이슬 길도 아니 가고, 은혜 갚을 생각하다 이에 사랑을 주었답니다.
 
170
父兮母兮, 自今伊始。 將求多福, 貽燕後嗣。 云胡奪命? 不諒人只。 嗈嗈鳴鴈, 禮宜旭日。 灼灼夭桃, 戒在迨吉。 重成邂逅, 我願我則。 『柏舟』之詩, 矢以靡慝。 早知如此, 莫若無生。 共姜有鬼, 携手同行。」
171
아버님! 어머님! 이제부터 앞으로 복 받을 일 많이 하여 후손 편안케 하옵소서. 어찌 운명을 어기고 제 생각은 않으신지요. 끼륵끼륵 기러기 울고 아침 햇살 비쳐오니 방실방실 복사꽃은 때 놓치면 아니 된답니다. 님을 다시 만나는 것은 저의 소원, 저의 결심이랍니다. 시경 용풍 백주시는 굳은 마음 맹세한 시거니, 이럴 줄 알았다면 깨어나지 말 것을. 백주시 지은 공강이여! 귀신 되어 함께 가리.”
 
172
侍中揮涕噫噫曰: 「我之不忠不慈, 使汝至此!悔將及乎? 紅繩繫足, 自有定命, 當爲汝成之。」
173
시중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며 말했다.“내가 진실되지 못하고 사랑이 모자라서 너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구나.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남녀의 만남은 하늘이 정해둔 것이니 너를 위해 성사시켜 보도록 하마.”
 
174
母夫人亦慰喩之。 女始起梳粧, 仍乳媼乃酬生,詩曰:
175
모부인(母夫人) 역시 위로하며 달래었다. 여인은 비로소 일어나 머리 빗고 화장을 하고는 유모를 통해 하생에게 답시를 적어 보냈다.
 
176
蝦蟆吐月光初滿, 桃李含春蝶已知。
177
石上結怨歌洩洩, 玉皇曾定此生期。
 
178
갓 솟은 환한 달빛 산골에 가득한데
179
도리의 봄 마음을 나비가 이미 알았더라.
180
돌 위에서 맺은 원한 노랫소리 울려나니
181
일찍이 옥황께서 이 몸 운명 정하셨네
 
 
182
侍中聞之曰: 「此不可緩也。」 卽召生喩以結好之意。
183
시중이 듣고 “이 일은 늦출 수가 없겠구나.” 하고는 즉시 하생을 불러 혼인시킬 뜻을 전달하며 말했다.
 
184
且曰: 「禮幣之具, 吾當盡辦。」
185
“혼례에 쓰이는 물건을 우리가 마련하겠네.”
 
186
遂還生于其邸, 擇日備禮迎之。 生旣與女重遘, 錦帳紅燭相對, 宛然莫辨眞夢。
187
드디어 하생을 그의 숙소로 돌려보냈다가 날을 가려 예를 갖춰 맞아드렸다. 하생이 여인과 다시 만나 비단 장막을 치고 촛불을 밝히고 마주하니 완연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188
生曰: 「其新孔嘉, 其舊如之何? 吾與子新歡舊意, 自異尋常, 誰無夫婦, 孰如我員?」
189
하생이 말했다. “새로 결혼하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인데, 헤어졌던 부부가 다시 만나는 것이야 그 즐거움이 어떠하겠소? 나와 그대는 새 즐거움과 옛 정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니, 세상의 많고 많은 부부 가운데 우리와 같은 자가 누가 있겠소?”
 
190
女曰: 「嘗聞釋氏有三生之說, 是謂去ˎ來ˎ今。 過去已與君爲夫婦, 今生又與君爲夫婦, 第未知方來何如。 三生結緣, 古亦有之乎?」
191
여인이 말했다. “일찍이 들으니 불가(佛家)에 삼생설(三生說)이 있는데 과거 현재 미래가 바로 이것이랍니다. 과거에 이미 낭군과 더불어 부부가 되었고 현재 또 낭군과 더불어 부부가 되었는데 다만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삼생의 인연을 맺은 일이 예전에도 있었습니까?”
 
192
自是夫婦敬愛, 雖鴻之光, 缺之妻, 未足喩也。 翌年, 生捷巍科, 初仕寶文閣, 後至尙書令。
193
이로부터 부부가 되어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여 비록 양홍(梁鴻)과 맹광(孟光), 극결(郤缺)과 그 아내라도 견줄 바가 못 되었다. 이듬해 하생은 대과에 합격하여 보문각(寶文閣)에서 첫 벼슬살이를 시작해서 뒤에 상서령(尙書令)에 이르렀다.
 
194
與女爲夫婦, 凡四十餘年, 生二男, 長曰積善, 次曰餘慶, 皆顯于世。 生定婚之日, 求前之卜師, 則已易其肆云。
195
여인과 부부가 되어 무릇 사십 여 년을 함께 살았다. 두 아들을 낳아 맏이를 적선(積善)이라 하고 둘째를 여경(餘慶)이라 하였는데, 모두 세상에 이름이 드러났다. 하생이 혼인을 정한 날에 예전의 그 점쟁이를 찾아갔더니 이미 자리를 옮겨 뜨고 없었다 한다.
 
 
196
-『企齋記異』
【원문】하생기우전(何生奇遇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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