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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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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10
채만식
1
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나섰다
 
 
2
사깃골 쥐 박서방은 동리로 마을을 가려고 저녁을 먹고 싸리문 밖으로 나섰다.
 
3
서편으로 약간 남았던 저녁노을도 인제는 아주 없어지고 사방이 어둠침침 하여 온다.
 
4
“조심해서 일쯕 다녀오시우.”
 
5
싸리문까지 따라나온 마누라쥐가 당부를 한다.
 
6
“응…… 그런데 참 얘들은 웬일이야 !”
 
7
남편쥐 박서방은 문득 저물도록 아니 돌아오는 아들쥐 삼동이와 사동이가 또 걱정이 된 것이다.
 
8
“글쎄 웬일인지 모르겠수 !”
 
9
“어델 나갔다가두 날이 저물기 전에 돌아와야지 !”
 
10
“인제 들어오기야 오겠지만…… 제 동무 집에 가서 놀기에 골몰헌 게지 요.”
 
11
“허 ! 그놈들 그렇게 일러두 아니 듣는단 말이야…… 밤에 저물게 다니지 말라구 내가 번번히 나무라건만……”
 
12
“오늘두 나가길레 저물기 전에 돌아오라구 신신당부를 했는데……”
 
13
내외 양주는 이렇게 그저 심상히 걱정은 하나 피차에 마음 한구석에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불길스런 예감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다.
 
14
그러면서도 설마 그럴 리야…… 하는 안심하고 싶은 생각에 서로 그런 말은 입밖에 내지도 아니하였다.
 
15
“곧 들어올 테지요…… 어서 당신 다녀오실 데나 다녀오시우.”
 
16
“응……”
 
17
박서방은 입맛을 쯥쯥 다시면서 아니 내키는 발길을 옮겨놓고 마누라는 그대로 싸리문에 기대어 서서 있는데 그때 갑자기 사동이가 급한 소리로 어머니를 불러 외치며 달려들었다.
 
18
박서방과 마누라는 가슴이 더럭 내려앉았다. 그저 순순히 돌아왔으면 걱정 하며 기다리던 끝이라 되레 반가왔으련만 두 아이가 나가서 저물도록 아니 돌아오다가 그중 하나만이 황급히 외치며 돌아오는 것이 필경은 무슨 일을 저질렀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다.
 
19
박서방 양주는 그처럼 놀라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급히 뛰어오도 못하여 대굴대굴 굴러오던 사동이는 허둥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앞에 퍽 쓰러지고 만다.
 
20
그리고는 말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헐떡헐떡 씨근거리기만 한다.
 
21
“이게 웬일이냐 ? 삼동이는 아니 오느냐 ?”
 
22
“아가 사동아 웨 그러니 ?”
 
23
마누라는 사동이를 끌어안았다.
 
24
“어머니”
 
25
사동이는 겨우 숨을 돌려가지고 비죽비죽 울면서 어머니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는다.
 
26
“오냐 나 여기 있다.”
 
27
“네 형은 어데 갔느냐 ?”
 
28
박서방이 그런 중에도 위엄을 갖추어 묻는다. 그러나 사동이는 대답이 없다. 양주의 가슴 속에는 그 불길한 예감이 더욱 뚜렷이 눈앞에 보여 가볍게 몸을 떨었다.
 
29
“네 형은 어데 갔어 ?”
 
30
박서방은 재차 묻는다. 그래도 대답은 없고 흑흑 우는 소리가 들린다.
 
31
“이놈아 병신스럽게 울지만 말구 대답을 해 !”
 
32
박서방은 역증이 났다.
 
33
“그렇게 나무라면 더 주눅이 든다우.”
 
34
마누라는 영감을 무마하여 놓고 다시 사동이를 달랜다.
 
35
“아가 사동아, 울지 말구 이야기를 해라 응 ? 삼동이하구 싸웠니 ?”
 
36
사동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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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
 
38
“저…… 저……”
 
39
사동이는 한동안 주저하다가 겨우 다시 말을 한다.
 
40
“저…… 물려갔다우.”
 
41
“엉 ?”
 
42
“엉 ?”
 
43
두 양주는 훌쩍 뛰며 놀란다.
 
44
당초에 그러리라는 예감이 들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정작 그 소식이 귀에 들리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이 놀라운 것이다.
 
45
그들은 한동안 넋이 나간 듯이 우두커니 넋을 잃고 있다.
 
46
한참이나 지나서 마누라가 다시 묻기 시작한다.
 
47
“어데서 그랬단 말이냐 ?”
 
48
“점쇠네 집 앞에서.”
 
49
“점쇠네 집 앞에서 어쩌다가 그랬어 ?”
 
50
“놀다가 나오는데.”
 
51
“그래서 ?”
 
52
“누렝이(고양이)가 쫓아와서.”
 
53
“그래서 ?…… 그래서 삼동이는 물려가구 ?”
 
54
“아니.”
 
55
“그럼 ?”
 
56
“우리 둘은 점쇠네 집으로 도망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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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웨 삼동이는 물려갔어 ?”
 
58
“또 나오다가.”
 
59
“또 나오다가 ?”
 
60
“응…… 날은 자꾸만 어둡구 그래서 삼동이가 앞서구 내가 뒤서 나오는데 그놈에 자식이 싸리문 뒤에 가 숨었다가 뛰어나와서……”
 
61
“에끼 망헐 자식들 !”
 
62
사동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서방이 야단야단을 한다.
 
63
“그러기에 내가 일상 무어라드냐. 함부루 놀러나가지 말구…… 또 놀러나가더라도 멀리 가지 말구…… 그러구 그놈한테 쫓겨들어가거든 그 속에서 굶어죽드래두 여남은 시간은 나오지 말라구…… 후.”
 
64
방안에 가득 모여 앉은 마을꾼들은 모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이 휘둥그 래진다.
 
65
“우리 삼동이놈이 도 누렝이란 놈한테 물려갔어 !”
 
66
놀란 채 묵묵히 있는 좌중을 둘러보면서 박서방은 말을 한다.
 
67
“응 ?”
 
68
“거 웬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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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70
“어쩌다가 ?”
 
71
“어데서 ?”
 
72
비로소 좌중에서 이렇게들 놀라 묻는다. 박서방은 사동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대강하였다.
 
73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입입이 또 한마디씩 나온다.
 
74
“그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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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누렝이가 그놈이 !”
 
76
“그러니 애들을 저물게 내보내면 못써.”
 
77
“저물게뿐인가 ? 멀건 대낮에 어룬두 물려가는데……”
 
78
“자, 우리가 무슨 도리를 차려야지 이러다가는 그저 멸종을 당허잖겠나?”
 
79
여럿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박서방이 이렇게 공론을 내어놓는다.
 
80
“그 옳은 말일세…… 자네 아들놈이 물려갔다지만 그것이 자네만의 일이 아니니까…… 우리 자식이 ─ 자식뿐 아니라 우리 중에 누가 내일 그놈의 밥이 될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
 
81
그중 늙수구름한 최서방이 박서방의 말에 동의를 한다.
 
82
“별수 없습디다…… 전에 그놈의 목에다 방울을 달자구 실컷 공론만 해놓구는 자, 가서 달어야 할 텐데 누가 가느냐 ? 하니까 모다들 꽁무니를 빼든 걸……”
 
83
이것은 입빠른 오돌이가 하는 말이다.
 
84
이 말에는 박서방도 최서방도 대답할 말이 없다.
 
85
한참 묵묵히 있던 최서방이 입을 열었다.
 
86
“그건 그렇잖으이…… 좋은 수가 있네.”
 
87
“있다면 좋지…… 무슨 순가 ?”
 
88
“그놈의 모가지에다 방울을 달을 텐데.”
 
89
“그래서.”
 
90
“우리 중에는 천하에 없는 장수라도 혼자 갔다가는 백번 가면 백번에 백명이 다 죽고 말테란 말이야……”
 
91
“그거야 그렇지.”
 
92
“그러니 그러지를 말구 우리가 한 오십 명이 한꺼번에 가잔 말이야.”
 
93
좌중은 이 말에 이상히 흥분이 되어 박서방을 바라본다. 박서방은 다시 말을 계속한다.
 
94
“응 알겠나 ? 제아무리 누렝이라두 우리 오십 명이나 육십 명을 한꺼번에 잡어먹지는 못할테니까…… 허기야 그중에 몇은 죽기두 하구 다치기두 하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오십 명이 일심동력을 해서 대어들면 그래 그까짓 놈의 목에다 방울 하나를 못 단단 말인가 ?”
 
95
박서방의 말이 떨어지자 와 하고 좌중이 흥분되어 입입이 소리를 친다.
 
96
“그 참 좋은 말이다.”
 
97
“참 묘한 꾀다.”
 
98
“지금 당장에 가자.”
 
99
“방울 가져오너라.”
 
100
“자, 그러면.”
 
101
하고 박서방은 좌중을 제어하고 다시 말을 계속한다.
 
102
“지금 집집마다 장정을 하나나 둘씩 뽑아서 그 수가 백 명이 되건 이백명이 되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리구 한번 갔다가 못허면 두번 세번이라두 기어이 그놈의 목에 방울을 달어놀 때까지 응, 자.”
 
103
“자.”
 
104
“자.”
 
105
“자.”
 
106
“자.”
 
107
쥐들은 이렇게 용감하게 외치며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러나섰다.
 
 
108
<新家庭[신가정] 1933년 10월호>
【원문】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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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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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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