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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왕왕히 「노령근해」에서 시작되어 오랫동안 잊어 버렸다고 작년도에 다시금 나나탄「해바리기」와「부록」의 세계를 이효석 씨의 본질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작가가 어떤 세계에 깊이 들어가기를 꺼리고 그 근해에서만 빙빙 돌고 있을 때 그것을 가리켜 본질이라 명명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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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이‘근해’의 세계에서 고향처럼 돌아와 상륙하는 고장은 오히려 ‘성’의 세계는 아니었을까?‘성’이 과연 이씨의 본질 세계냐 아니냐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은 그것이 ‘근해’의 세계보다 본질적인 면을 이루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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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도덕 이전의 세상, 혹은 그 배후에 숨은 세상’을 그리려고 사람들이 ‘어떤 이성과 규준에 걸려서 겨우 그 찌꺼기를 말함에 그치던’인간적 진실을, 씨는 적나라하게 파헤쳐 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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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두 개의 방향이「화분」앞에 놓여 있다. 하나는‘자웅의 꽃술을 가리지 않고 어지럽게 날으는 화분의 세계’를 그대로 좇아만 가는 길이요, 또 하나는 이것을 통하여 새로운‘성’모랄을 탄생시켜 보려는 적극적인 길이다. 작가가 제1의 길에 만족해 버린다면 물론 그것은 우리가 가치를 가지고 운위할 바가 못된다. 하고(何故)냐 하면 이 길 앞에 벌어질 세계는 에로티시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로티시즘은 그것에 그치는 한 문학적 진실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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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계는 응당히 우리의 새로운 재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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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이씨는「화분」의 작중인물 전부의 사회성을 박탈해 버린다. 계층성도 떼어 버리고 관습, 풍속, 일체의 인습적인 덕목, 도덕에서 이들을 해방한다. 의복이나 복장까지도 하나의 구속이나 기반(羈絆)이 된다 하여 이씨는 작중 인물의 어떤 남녀를 그냥 나체로 반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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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인가? 인간을 동물에까지 환원시켜 보자는 것이다. 인간은 원시인에서 벗어나면서 벌써 사회적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사회적 인간으로밖에는 볼 줄 모른다. 이씨는 이것까지도 기성적인 것이라 하여 인간을 전혀 사회와 분리해서‘푸른 집’가운데 몰아넣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선 이씨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수(拍手)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씨는 인간을 하나의 자연으로 보아 버린 잘못을 범하면서도 기성‘모랄’의 부정이라는 커다란 플러스를 선사하고자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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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기성 도덕 일체가 통렬히 부정되는 것을 우리는 사회적 제약과 기반을 벗어나서 그대로 동물이 되어 어지러이 뛰어 다니는 육체의 운동에서 충분히 구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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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다음에 올 것, 다시 말하면 새로운‘성’모랄의 탄생은 어떻게 되었는가? 나의 불만은 오히려 이 곳에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 미란과 단주의 일 건(件), 그것의 결말 혹은 가야의 성형적(聖型的)인 설정, 이밖에 지성과 만성(蠻性)의 대립 등 부차적인 테마가 주테마를 우심하게 제약하고 견제하여 모랄은 다시금 기성의 재생으로 끝나고 만 감이 없지 않다. 새로운 ‘모랄’은 새로운 개념 밑에 탄생되어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씨가 이 다음에 주력할 것은 여기에서 다시금 신(新)‘모랄’의 창조를 탐구, 내지는 수립하는 길이 될 것이라 믿어진다. (경성부 광화문통 인문사 간행 정가 1원 40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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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39년 11월 30일, ‘신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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