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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끼를 곡(哭)함 ◈
해설   본문  
1936년 6월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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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양심적인 인류가 가질수 있는 최대의 증오의 날, 1936년 6월 18일 오후 3시. 20세기 최고의 인간, 막심 고리끼는 이 세상에서의 최후의 호흡을 끊고 말았다. 68년전‘쯔아’의 황막한 대륙을 뚫고 용용(溶溶)히 흐르는 볼가 하(河)의 유역에서 황금과 전제의 증오를 일생의 운명으로 한 반역아, 페슈코프가 고고(呱呱)의 소리를 울린 지 반여(半餘) 세기, 최하층의 악압 당하는 백성의 자식으로서 암흑과 굴욕 속에서‘아라사의 의지와 힘’ 단신에 들고 근로하는 억만 대중의 최량의 요우(僚友)의 지조를 관철한 거대한 인간은 우리들 속으로부터 완전히 그의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이 증오할 날, 가장 심한 비애의 한 시각에 의하여 우리들은 다시금 또 한 개의 태양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리하여 야만과 무지에 찬 피시즘의 범람과, 일찍이 인류가 경험할 수 없었던 미증유의 위기의 시간에 문화적 양심은 그 최강의 지주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20일 오후 6시, 고리끼의 유해는 완전히 땅 속에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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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급성 폐렴으로 인하여 고리끼가 중태에 빠졌다는 설이 항간에 퍼지자 형안을 자랑하는 세계의 저널리즘은 그 위독에 세인의 안목을 모으는 데서 특수한 이익을 수득하기 위하여 그들의 의도하는 바와는 반대의 효과를 결과하면서 그의 서거의 통신을 접수함에 이르렀다. 그들 부패한 세기의 대변자들은 인류 문화의 공헌을 위하여 70년의 한 생애를 희생한 예술가의 상실에 대하여 슬픈 대신에 혹은 만족을 안았을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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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리끼의 존재는 자기네에게 불안을 주고 있는 물건이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져 버렸을 때에 응당히 가졌을, 누를 수 없는 기쁨을 공공연하게 표면에 내세울 수 없고 다시 그의 서거에서 오는 생리적인 만족감을 뒤에 돌리고 그의 불후의 업적에 경탄의 찬사를 봉정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대하고 또한 거대한 것이었다. 우리들의 두 눈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휘황한 광채는 고리끼의 숙명적인‘대립자’들의 ‘도라흠’에 걸린 안대(眼帶) 속을 격동시킴에도 또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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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불행에 대한 타협 없는 그리고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분격한 감정과 그 불행은 제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물건이 아니라는 명백하고 견고한 신념,생활과 생유(生有)의 오예는 그들 자신이 역력히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굽힐 줄 모르는 자부, 이것이 고리끼의 명예를 그를 싫어하는 무리들의 입에까지 들을 수 있게 한 가장 굳은, 가장 큰 근본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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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만인의 환영을 동시에 희망하는 더러운 인도주의자는 아니었다. 우리들의 그의 작품에서나 또는 과학적인 엄밀성을 구유하고 등장하는 그의 평론에서나 한가지로 느끼는 가장 특징적인 것은 실로 그의‘대립자’에 대한 최한의 모욕과 증오의 감정이었다. 골수에 까지 사무친 한을 그리기에 그의 형용사는 부족을 느끼는 듯이 그의 글에는 항상 이들을 미워하고 이들의 죄악을 저주하는 문구로 음률을 짓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파시즘과 그를 탄생케 한 사회에 최대의 증오자임을 자처하며‘증오할 줄을 모르는 자는 진실로 사랑할 줄도 모르는 자’이라고 말하였고, 미워하는 본능과 사랑하는 감정은 사람이 소지할 수 있는 보물 중의 가장 아름다운 것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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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1936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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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리끼의 문학사상에 있어서 또는 문학정신에 있어서의 업적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거대하다. 이것은 문학을 사회적 시기에서 찾아 보기를 기피하고 고리끼의 정치적 입장과 대립하는 것에서 가장 큰 만족을 안고 있는 여하한 아류들의 속안도 고리끼의 예술적 업적과 그의 유산에 대하여 과소평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깨닫게 할 만큼 썩을 줄 모르는 위대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한 빈약한 청년에게 대하여, 그의 존재가 위대한 것은 진보적 문학이 인류가 향유할 있는 최고 수준의 문학임을 증거하여 이 땅의 소년의 마음에 자만을 품게 한 최조의 인간인 땜문만이 아니다. 그리고 고리끼가 굳은 신념을 가질 수 없는 우유부단한 일개 작가의 마음에 가장 훌륭한 교사인 것은 그가 가장 투철한 작가이고 그가 소셜리스틱 리얼리즘의 유일의 창건자이고 그가 가장 철저한 무신론자인 때문만이 아니다. 진실로 막심 고리끼, 그이 이름이 나에게 있어서 태양적인 것은 그가 증오와 애정에 있어서 철저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세계의 꽃이요, 자기 자신을 경탄시킬 수 있는 모든 근원을 구비한 것에 의하여 다른 동물과 구별할 수 있다는 그의 강렬한 인간적인 긍지 때문이다. 지금 20세기의 광채가 땅 속에 떨어진고 만 날, 전세계의 그의 대립자들이 그의 초상에 대하여 그리는 정중한 경탄에 찬 언어는 드디어 정치적인 상략적 의도를 떠나서 인간이 소지할 수 있는 전 인류적인 긍지로 전환되면서이다 . 이렇게 해서 6월 18일에 계속되는 그의 구원한 세월은 태양의 빛에 대한 음모와 새로운 재현의 노력에 의하여 장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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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1936년 6월 24일
【원문】고리끼를 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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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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