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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 (赤道) ◈
◇ 돌아온 애인 ◇
해설   목차 (총 : 22권)     이전 18권 다음
1934
현진건
1
명화는 여해를 보내고, 자동차 한 대를 다시 불러 경성역으로 달리었다.
 
2
정거장 이맛전에 붙은 둥그런 시계는 벌써 열한 시 십 분을 가리킨다.
 
3
기차 닿을 시간은 십 분도 남지 않았다.
 
4
구을르는 듯이 자동차를 뛰어나린 명화는 허둥지둥 입장권을 사 가지고 개찰구로 달음박질을 하였다.
 
5
마중 나온 사람들을 벌써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6
명화의 마음은 까닭 없이 급하였다. 앞엣사람을 거의 떠다박지르는 듯이 하고 개찰구를 뛰어나왔다. 구름다리를 지날 때에도 괜히 종종걸음을 쳤다.
 
7
층층대를 나려가는데 몸이 앞으로 앞으로 쏠리어 하마하더면 곱드러질 뻔하였다.
 
8
플랫폼에서 차를 기다리는 단 오 분의 시간도 명화에게는 일 세기나 되는 듯이 지리하였다.
 
9
어둠을 뚫고 멀리멀리 바라보는 명화의 시선 가운데 불배암 같은 기차가 검은 몸뚱아리를 나타내었다.
 
10
명화에겐 숨이 답답해지는 듯한, 가슴이 뻑적지근해지는 듯한 한 순간이 지났다.
 
11
어느덧 기차는 뛰이 소리를 높이 지르고 눈 한번 깜짝일 사이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며, 명화를 위협하는 듯이 압도하는 듯이 들이닥치었다.
 
12
이리 닫고, 저리 닫는 총총한 발자욱에 플랫폼은 와글와글해졌다. 사람의 그림자는 불개아미떼 모양으로 기차를 향해 몰려들었다.
 
13
바쁘고 시끄럽고 요란하고, 허둥지둥하는 순간, 명화는 어깨 틈을 비집고 헤엄치듯 종종걸음을 쳤다. 다리가 뛰는 대로 심장도 뛰었다.
 
14
밖에서 아모리 차 안을 눈여겨 보았지만 어수선하게 일어선 사람의 그늘로 말미암아 분명히 훑어볼 재조가 없었다. 이 찻간에서 저 찻간으로 건둥건둥 더듬어보며, 바람 맞은 꽃잎처럼 명화는 재바르게 떠나갔다.
 
15
그리운 그이의 모양은 어데서도 찾을 수 없었다.
 
16
맨 끝의 찻간까지 쏜살같이 뛰어갔다가 다시 돌쳐서서 다시금 앞의 찻간에 눈을 팔리고 허전거리는 걸음을 재촉하였다.
 
17
'안 왔을 리가 없는데.' 명화는 가벼운 실망을 느끼었다. 몇 번 차안으로 뛰어 들어가 보고 싶었지마는 붐비는 그 안에 , 한 번 들어서면 찾을 이를 더욱 찾기 어려울 듯하였다.
 
18
'영등포까지라도 마중을 나갈걸.' 명화는 중도에 마중을 못 나간 것을 여러 번 뉘우쳤다. 발을 동동 굴렀다.
 
19
내릴 승객은 거지반 다 나린 듯 플랫폼이 빡빡하도록 거뜩 들어찬 사람의 물결은 출구를 향해 흘렀다.
 
20
명화는 짜증이 나서 구만 울고 싶었다.
 
21
그 때였다. 누가 등뒤에서 명화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명화는 힐끈 돌아다보았다.
 
22
거기는 외투깃을 턱까지 치켜올리고 중절모를 눌러 쓴 청년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23
그 청년이야말로 자기가 찾는 그이인 줄 명화는 직각적으로 깨달았다. 그렇다. 그것은 직각에 틀림이 없었다. 직각으로 몰라보았으면 얼굴을 마주보았다 할지라도 낯 서투른 사람으로 지나쳤을는지도 모르리라.
 
24
그대도록 그이의 얼굴은 변하였다. 얼굴뿐이 아니요, 체격조차 변하였다.
 
25
그래도 상열은 명화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제 앞을 지나가는 명화를 보고, 뒤를 좇아와서 알은 체를 한 모양이었다.
 
26
김상열은 본래 작은 키는 아니었다.
 
27
그러나 위아래 구격이 꽉 찼을 때에는 훤출한 중키밖에 더 되지 않았었다.
 
28
목고개도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보기 좋게 펴인데 지나지 않았었다.
 
29
그런데 이렇게 멋거리없이 왜가리 모양으로 기름해졌을 줄이야. 더구나 그 건드렁 건드렁 하는 목은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듯하다.
 
30
전에도 해사한 얼굴이었지마는 연연한 흰빛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둥그스름하던 뺨이 훌쩍 빨아들고, 드러난 광대뼈 언저리엔 발그스름한 도화색이 떠돈다.
 
31
서글서글하고 든든하고 다부진 옛 모양은 찾으랴 찾을 수가 없다. 빳빳하고 건들건들하고 마른 나뭇가지처럼 꼬장꼬장은 하건마는 손만 대면 뚝 하고 뿌러질 것 같다. 조금 날카롭게 변하기는 하였으되, 그래도 다정하고 영채 도는 눈만이 옛날 상열을 방불하게 할 뿐이었다.
 
32
'무척 여위었고나. 앓는다더니 무슨 몹쓸 병인구?' 명화는 상열이 툭 불거진 울대뼈와, 앙상하게 치떨어진 어깻죽지 근처를 치어다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33
두 애인은 서로 멀거나 바라만 볼 뿐이요, 한동안 말이 없었다.
 
34
명화는 널뛰는 듯한 가슴이 간신히 진정이 되자 반가운 생각보담도 어쩐지 슬픔이 앞을 가리었다.
 
35
방정맞은 눈물이 기예 한 방울 구을러 떨어졌다. 무슨 말을 해야 되겠다 싶으면서도 말만 꺼내면 이 사람이 오락가락하는 번잡한 곳에서 울고 쓰러질 것 같았다.
 
36
목은 까닭 없이 메이었다.
 
37
상열도 감개무량한 듯이 물끄러미 명화의 얼굴을 들여다볼 뿐이요, 입을 벌리지는 않았다.
 
38
이윽고 핏기 없는 상열의 손은 명화의 손을 덥석 잡았다.
 
39
나긋나긋한 명화의 손은 나무껍질 같은 상열의 손아귀에서 바스러지는 듯 하였다.
 
40
명화는 부드럽고 따뜻하던 상열의 손이 해골과 같이 싸늘해진 것이 더욱 슬펐다.
 
41
상열이가 쥐고 있던 제 손을 빼자, 이번에는 명화가 상열의 손등을 얼싸 잡았다.
 
42
"가셔요."
 
43
명화는 상열을 끄는 듯하며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44
이 데면데면하고도 안타까운 무언극을 오래 계속하는 것이 남볼상 사나웠던 것이다.
 
45
층층대를 올라가는데 상열의 다리는 떨리는 듯하였다.
 
46
명화가 반은 부축한 셈이었지만, 상열은 층층대를 반도 올라오지 않아서 숨길이 헐떡거렸다.
 
47
"왜 거북하셔요?"
 
48
명화는 숨소리를 듣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49
"인 주셔요, 그 가방을. 제가 들게."
 
50
하고 명화는 상열의 든 가방을 뺏으려 하였다.
 
51
"아니 괜찮아. 그양 두어."
 
52
상열은 말로는 사양하면서도 가방을 놓기는 놓았다. 그의 숨길은 더욱 가쁜 듯하였다.
 
53
층층대를 거진 다 올라와서 상열은 별안간 딱 선다.
 
54
억지로 참고 참았던 기침이 필경에는 나왔다. 처음에는 쿨룩쿨룩하다가 나종에는 왼몸을 사나웁게 뒤흔들며 기침은 가슴을 찢어내는 듯하다.
 
55
"왜 이러셔요, 왜 이러셔요?"
 
56
명화는 놀라 부르짖었다.
 
57
무서운 기침은 한동안 끈칠 줄 몰랐다.
 
58
덜덜 떠는 턱 피멍이 , 든 듯이 자주빛이 되는 얼굴, 사나웁게 물결치는 안 가슴! 명화는 애처로워 견딜 수 없었다.
 
59
칵 소리가 나고 고개가 앞으로 폭 꼬꾸라지며 무엇이 올라오는 듯한 기척을 알아차리자 명화는 재바르게 제 손수건을 갖다대었다.
 
60
새하얀 수건에 새빨간 핏덩이가 울컥 쏟아졌다.
 
61
명화는 하도 끔찍스러워서 오싹 하고 몸을 떨었다.
 
62
얼마 만에야 상열은 거르렁거르렁하고 담 끓는 소리를 겨우 진정을 하고 걷기 시작하였는데, 다리를 아까보담도 더 가누지를 못하여 비실비실 쓰러질 듯하였다.
 
63
명화도 바싹 달라붙어서 뒤로 거의 얼싸안는 시늉을 하고 걸으면서 등어리를 문질렀다.
 
64
겹겹이 입은 옷 속으로도 앙상하게 뼈만 만치었다.
 
65
'해외 풍상이란 이렇게 지독한가?' 명화는 헙수룩한 상열의 목덜미를 데밀어보며 혼자 생각하였다.
 
66
즐거웁던 환상은 부서졌다. 칠팔 년을 그리고 그리다가 막상 만나 보니, 애인의 몸은 벌써 여지없이 파괴된 뒤일 줄이야, 몹쓸 병이 든 뒤일 줄이야.
 
67
명화는 피를 배앝는 것을 보고 상열의 병이 무엇인지 물론 짐작하였다.
 
68
끔찍한 폐병! 환자의 목숨을 세상없어도 빼앗고야 만다는 무서운 폐병!
 
69
명화는 상열만 나오면 기생 생활을 집어치우려 하였었다. 화려하나마 신산한 생활! 웃음과 아양의 그늘에 숨은 눈물과 한숨의 생활. 꾸밈과 거짓에 몸과 마음이 실실이 풀리는 생활. 이런 생활도 인제 며칠만 지나면 떴다 봐라다.
 
70
알뜰살뜰한 애인의 품속에 깊이깊이 안기리라. 참된 정과 솟아나는 사랑에 뒤덮이고 파묻히리라. 오붓하고 안온한 사랑의 보금자리에 피로한 몸과 마음을 늘어지게 쉴 날도 멀리 않았다.
 
71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새 생활의 준비에 바빴었다. 요사이는 새로운 용기와 가라앉은 배짱으로 손님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병일을 구스리는 데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제 정실 부인이 되어지라고 오복조림을 하며 명화의 청구라면 헙헙하게 들어주었다. 감아 올릴 대로 감아 올렸다.
 
72
인제는 만단의 준비가 완성이 됐다 해도 좋았다. 은행에 남 몰래 맡겨 놓은 돈도 만 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집도 제 집이었다. 틈틈이 사 모은 땅도 양식거리는 되었다. 세간도 그리울 것 없이 장만해 두었다.
 
73
패물 나부랭이도 값을 친다면 몇 천원은 되었다.
 
74
그러하였거늘 돌아온 애인은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폐병 환자가 아니냐.
 
75
제 마음의 태양등을 정작 꺼내 놓고 보니 타고 남은 재일 줄이야. 오늘날까지 모으고 모은 건사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듯하였다. 째기발을 디디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복의 장미화는 잡고 보니 슬픔의 가시였다.
 
76
명화는 비척비척하는 상열을 부축해 나오며, 제 눈이 휘황한 전등불 가운데도 캄캄해지는 듯하였다.
 
77
명화와 상열은 자동차를 탔다.
 
78
"바루 병원에를 갈까요?"
 
79
명화는 근심스럽게 물었다.
 
80
"아니,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어. 들어닥치는 길로 병원은 불길한걸. 허허."
 
81
상열은 쾌활한 듯이 웃었다. 기침할 때보담은 훨씬 원기가 난 모양이다.
 
82
얼굴은 아까보담도 더 핼쓱해진 듯하였다.
 
83
"그렇기는 허지만서두……."
 
84
명화도 하염없는 웃음을 띠웠다.
 
85
"오시노라구 병환이 더치신 듯헌데……."
 
86
"왜 기침하는 걸 보고 그러나? 그 기침한 지는 벌써 삼 년이 넘는데 아직 이렇게 까딱이 없다네."
 
87
"벌써 삼 년이나 됐어요? 에구머니나!"
 
88
"삼 년은커녕 백 년을 가면 어떨라구, 허허."
 
89
상열은 침통하게 웃었다.
 
90
"어데로 가십쇼?"
 
91
운전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묻는다.
 
92
"글쎄, 어데로 갈까? 병원은 싫다시구. 아모튼 종로통으로 흘러갑시다그려."
 
93
명화는 익숙한 솜씨로 운전수의 말을 선뜩 받아주고 다시 상열을 향해,
 
94
"그럼 어데로 가실까, 제 집으로 가실까?"
 
95
"글쎄……."
 
96
상열은 잠깐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다가,
 
97
"요새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겠지."
 
98
하고 의미 있게 웃었다. 기생집에 가기는 꺼리는 눈치였다.
 
99
"그래요, 종용치는 못해요. 그럼 어데로 갈까……? 좀 편하게 누우시기라두 하셔야 될 텐데……. 아주 여관으로 갈까요?"
 
100
상열은 고개를 흔들었다.
 
101
"여관은 더 번잡할 텐데, 어데 후미진 염집이 없을까?"
 
102
사람 많이 뀌이는 데는 어데든지 싫은 모양이었다.
 
103
명화는 이윽히 생각하다가,
 
104
"그럼 좋은 데가 있어요. 우리 취월이란 요릿집으로 갈까요?"
 
105
"요릿집이 종용할까? 부랑자 취체에나 걸리면 재미가 없는데……."
 
106
하고 상열은 눈을 깊숙하게 뜬다. 그 눈에는 공포의 빛이 역력히 움직였다.
 
107
오랫동안 해외에 있던 사람이 경찰을 꺼리는 것을 명화도 잘 안다. 설령 아모 일이 없다손 치더라도 귀찮음에 틀림이 없었다.
 
108
"막상 취월이란 요릿집이 좋아요. 일본 요릿집이구, 손님도 그리 많지 않구, 누울 방도 곧잘 빌려 주구, 취체 같은 것은 절대로 없어요."
 
109
명화는 상열을 안심시키는 듯이 죽 설명을 해 들리었다.
 
110
"단둘이 가는 것이 수상쩍게 보이지 않을까?"
 
111
상열은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112
"괜찮아요. 거기는 그런 짝패 손님들만 오는 데랍니다. 더구나 난 주인을 잘 아니까요."
 
113
"잘 아는 게 병통이 되지 않을까? 아모개란 기생이 어떤 사내를 데리구 왔더라구."
 
114
상열의 생각은 물 부어 샐 틈 없이 주밀하였다.
 
115
자동차는 어느덧 종로통에 들어섰다.
 
116
"어디로 가십쇼?"
 
117
운전수는 자동차를 멈칫거리면서, 또 한번 이 수상쩍은 남녀의 갈 곳을 물었다.
 
118
"남산으로 가요. 취월이란 요릿집으로요."
 
119
명화는 망설이는 운전수에게 명하였다. 아모리 생각해 보아도 집에 가자니 수없이 올 인력거를 일일이 따기도 성가시고 더구나 병일이나 찾아오는 날이면 더욱 귀찮을 듯하였다.
 
120
그렇다고 여관에 들기도 꺼리는 터이면 취월밖에 만만한 곳은 없었다. 주리를 하도록 능갈스러운 주인 노파에게 돈이나 두둑이 쥐어 주면 아모리 끔찍한 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도 감쪽같이 감춰줄 것이었다. 한 달 두 달은 마치 모르겠으되, 며칠쯤은 그리고 그리던 사랑을 쥐도 새도 모르게 속살거리기엔 가장 좋은 처소라 할 수 있었다.
 
121
상열은 사정도 들어보고 밝은 날 서서히 다른 곳으로 옮겨도 늦지 않으리라 하였다. 더구나 밤중이니 이런 데밖에는 갈곳이 없지 않으냐.
 
122
자동차는 오던 길을 되짚어서 남산으로 향하였다.
 
123
"괜찮을까?"
 
124
상열은 명화를 보고 다심스럽게 묻는다.
 
125
전일에도 자상은 스러웠지만 뇌뢰낙락하던 상열이어늘 어떻게 이렇게 다심스러우랴. 중병이 들면 성격까지 변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서운 비밀을 지닌 것이나 아닌가.
 
126
"괜찮아요. 조선 요릿집과 달라서 첫째 조선 손님이 적고, 방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손님끼리 마주칠 기회도 없어요. 손님 좌석엔 세상 없는 일이 있더래두 경관은 절대로 들이지 않아요."
 
127
명화는 염려를 놓아라는 듯이 또 한번 설명을 해 들리었다. 상열은 고개만 끄덕였다.
 
128
자동차는 남산 잔등의 누그러운 구배를 기어올라 숲 사일 질팡갈팡하다 약수터로 더듬어 휘어들어 취월 안문까지 쑥 들어섰다.
 
129
자동차 소리를 듣고 하녀들이 우 하고 뛰어나왔다.
 
130
익숙한 명화가 앞장을 서서 종용한 방을 찾았다. 상열은 스프링 코트 옷자락을 더욱 치켜올리고 모자를 나리누르며 뒤따라 들어갔다.
 
131
현관에 올라서자 주인 노파도 내달았다. 그 뚱뚱한 배를 치술러가며 웃으며 명화를 보고 꼬박이 절을 하였다.
 
132
병일이와 여러 번 온 탓으로 주인 노파는 끔찍이 명화를 대접하였다.
 
133
명화는 제 뒤에 선 상열을 눈으로 가리키며 눈을 껌쩍하였다.
 
134
노파는 상열을 보고 익히 알던 손님처럼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서 벌써 만사를 알아차린 모양으로 제가 앞장을 서서 후미진 방 중에도 후미진 방을 골라 인도를 해 주었다.
 
135
상열이가 방에 들어선 뒤에, 명화는 주인 노파를 데리고 나왔다. 사양하는 노파의 손아귀에 십 원 짜리 두 장을 꽁치꽁치해서 쥐어 주었다. 노파는 흐뭇하게 웃으며 절을 열 번이나 더 하였다.
 
136
명화는 첫째 병일이에게 제가 다른 손님을 끌고 왔더란 말을 말라고 부탁하였다. 둘째 누가 저를 찾더라도 여기 있단 말을 말라고 하였다.
 
137
"그렇다 뿐예요, 그렇다 뿐예요."
 
138
하고 노파는 수없이 고개를 꼬박꼬박하였다. 마지막으로 명화는 눈짓을 하고 웃었다.
 
139
"만사를 제게만 맡겨 주셔요."
 
140
노파도 알아차리고 웃었다.
 
141
"음식은 간단히 해 주셔요."
 
142
명화는 끝으로 한 마디 남기고 방으로 들어와 웃목에 우뚝하게 서 있는 상열의 모자와 외투를 벗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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