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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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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달 밝은 여름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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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조차 희미한 여름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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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없이 거룩한 하늘로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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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붉은 이슬 젖어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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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幸福)의 맘이 도는 높은 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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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그늘 잎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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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러 기어 도는 어린 벌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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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모든 물결은 복(福)받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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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 뻗어 오르는 가시덩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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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稀微)하게 흐르는 푸른 달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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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같은 연기(煙氣)에 멱감을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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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무 좋아서 잠 못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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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긋한 풀대들은 춤을 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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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들은 그윽한 노래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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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내려 흔드는 달빛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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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는 영원(永遠)을 말로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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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물벼 이삭 벌에서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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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은(銀) 슷듯이 오는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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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잣추는 향기(香氣)를 두고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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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人家)들은 잠들어 고요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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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終日) 일하신 아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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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農夫)들도 편안(便安)히 잠들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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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기슭의 어득한 그늘 속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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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스랑과 호미뿐 빛이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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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식새리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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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들어가면서 더욱 잦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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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밭 가운데의 우물 물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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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녀(農女)의 그림자가 아직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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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그무리며 넓은 우주(宇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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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졌다 나오는 푸른 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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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새리의 울음의 넘는 곡조(曲調)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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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기쁨 가득한 여름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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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간집에 불붙는 젊은 목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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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情熱)에 목맺히는 우리 청춘(靑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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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여름 밤 잎새 아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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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달빛 속에 나부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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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자랑 많은 우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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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農村)에서 지나는 여름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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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달밤보다 더 좋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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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人間)에 이 세상에 다시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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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괴로움도 내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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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가운데서 귀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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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달의 금물결에 노(櫓)를 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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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의 하늘로 목을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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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찬양(讚揚)하여라 좋은 한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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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목숨을 많은 행복(幸福)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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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어스러한 달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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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즐거움의 눈물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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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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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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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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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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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前)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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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이 깔린 두던 밑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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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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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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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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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게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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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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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써 오는지 종경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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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吊曲)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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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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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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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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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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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외로움의 깊은 근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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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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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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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을 잡지 못하는 설움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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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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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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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밑에 서리운 머리카락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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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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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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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으린 새무리는 마른 나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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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가지에서 재갈이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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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흐르던 물 그도 곤(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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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지는 골짜기에 목이 메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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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알았으랴 한쪽 구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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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서 흐느끼는 외로운 영(嶺)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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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차게 올라서는 여윈 길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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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쓴 맛이라면 다 겪은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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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디드냐 남이장군(南怡將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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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먹여 물 찌었던 푸른 강(江)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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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다시 흘러 뚝을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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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백리(千百里) 두만강(豆滿江)이 예서 백십리(百十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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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茂山)의 큰 고개가 예가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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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로부터 의(義)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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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못 이기면 몸을 숨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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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못난이가 되는 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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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생각하랴 삼백년래(三百年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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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받지 다 못할 한(恨)과 모욕(侮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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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이겨 칼을 잡고 일어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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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人力)의 다함에서 쓰러진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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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대쪽으로 활을 메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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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은 호미쇠로 칼을 별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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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독(毒)된 삼천리(三千里)에 북을 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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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의 기(旗)를 들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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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기억(記憶)하랴 다복동(多福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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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물든 옷을 입고 외치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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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성(定州城) 하룻밤의 지는 달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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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친 그 가슴이 숫기 된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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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뜬 마름에 아침 이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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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산(山)마루에 피었던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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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우러르며 나는 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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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며 못 이룸에 박(薄)한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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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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