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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
◇ 제 1 부 ◇
해설   목차 (총 : 3권)     처음◀ 1권 다음
1925
김동환
목   차
[숨기기]
 

1. 1장

2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3
이 한밤에 남편은
4
두만강(豆滿江)을 탈없이 건넜을까?
 
5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6
외투(外套) 쓴 검은 순사(巡査)가
7
왔다 ―― 갔다 ――
8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9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10
소금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를 띄워 놓고
11
밤새 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12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13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14
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2장

16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17
“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18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軍號)라고
19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20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21
가슴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22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23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떼 소리언만.
 
 

3. 3장

25
마지막 가는 병자(病者)의 부르짖음 같은
26
애처로운 바람 소리에 싸이어
27
어디서 ‘땅’ 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28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29
백성들은 또 무슨 변(變)이 났다고 실색하여 숨죽일 때,
30
이 처녀(妻女)만은 강도 채 못 건넌 채 얻어맞는 사내 일이라고
31
문비탈을 쓰러안고 흑흑 느껴 가며 운다.
32
겨울에도 한삼동(三冬), 별빛에 따라
33
고기잡이 얼음장 끊는 소리언만.
 
 

4. 4장

35
불이 보인다, 새빨간 불빛이
36
저리 강 건너
37
대안(對岸)벌에서는 순경들의 파수막(把守幕)에서
38
옥서(玉黍)장 태우는 빠알간 불빛이 보인다.
39
까아맣게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40
호주(胡酒)에 취한 순경들이
41
월월월, 이태백을 부르면서.
 
 

5. 5장

43
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 간다.
44
국경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45
함박눈조차 다 내뿜은 맑은 하늘엔
46
별 두어 개 파래져
47
어미 잃은 소녀의 눈동자같이 감박거리고,
48
눈보라 심한 강 벌에는
49
외아지 백양(白楊)이
50
혼자 서서 바람을 걷어 안고 춤을 춘다.
51
아지 부러지는 소리조차
52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 놓으면서.
 
 

6. 6장

54
전선이 운다, 잉 - 잉 - 하고
55
국교(國交)하러 가는 전신줄이 몹시도 운다.
56
집도 백양도 산곡도 외양간 '당나귀'도 따라서 운다,
57
이렇게 춥길래
58
오늘따라 간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59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60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61
밤마다 밤마다 외로이 건너는
62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63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64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65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안 보이지,
66
회령서는 벌써 마지막 차고동이 텄는데.
 
 

7. 7장

68
봄이 와도 꽃 한 폭 필 줄 모르는
69
간 건너 산천으로서는
70
바람에 눈보라가 쏠려서
71
강 한판에
72
진시왕릉 같은 무덤을 쌓아놓고는
73
이내 안압지를 파고 달아난다,
74
하늘땅 모두 회명(晦暝)한 속에 백금 같은 달빛만이
75
백설로 오백 리, 월광으로 삼천 리,
76
두만강의 겨울밤은 춥고도 고요하더라.
 
 

8. 8장

78
그날 저녁 으스러한 때이었다
79
어디서 왔다는지 초조한 청년 하나
80
갑자기 이 마을에 나타나 오르명내리명
81
구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
82
"달빛에 잠자는 두만강이여!
83
눈보라에 깔려 우는 옛날의 거리여,
84
나는 살아서 네 품에 다시 안길 줄 몰랐다,
85
아하, 그리운 옛날의 거리여!"
86
애처로운 그 소리 밤하늘에 울려
87
청상과부의 하소연같이 슬프게 들렸다.
88
그래도 이 마을 백성들은
89
또 '못된 녀석'이 왔다고,
90
수군거리며 문을 닫아 매었다.
 
 

9. 9장

92
높았다 - 낮았다 - 울었다 - 웃었다 하는
93
그 소리 폐허의 재 속에서
94
나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 외우는 백조의 노래같이
95
마디마디 눈물을 짜아내었다, 마치
96
"얘들아 마지막 날이 왔다"하는 듯이
97
"모든 것이 괴멸할 때가 왔다"하는 듯도.
98
여럿은 어린애고 자란 이고
99
화롯불에 마주 앉았다가 약속한 듯이 고요히 눈을 감는다.
100
하나님을 찾는 듯이 -
101
"저희들을 구해 줍소서"
102
그러다가 발소리와 같이 "아하" 부르는 청년의 소리가 다시 들리자,
103
"에익! 빌어 먹을 놈!"하고 침을 배앝는다,
104
그 머리로서는 밀정하는 소리가 번개치듯 지나간다,
105
- 그네는 두려운 과거를 가졌다
106
생각하기에도 애처로운 기억을 가졌다.
107
그래서 그물에 놀란 참새처럼
108
늘 두려운 가슴을 안고 지내간다,
109
불쌍한 족속의 가슴이 늘 얼어서!
 
 

10. 10장

111
청년의 노래는 그칠 줄 몰랐다,
112
"옛날의 거리여!
113
부모의 무덤과 어릴 때 글 읽던 서당과 훈장과
114
그보다도 물방앗간에서 만나는 색씨 사는
115
고향아, 달빛에 파래진 S촌아!"
116
여러 사람은 더욱 놀랐다 그 대담한 소리에
117
마치 어느 피 묻은 입이,
118
'리벤지'를 부르는 것 같아서,
119
촌 백성들은 장차 올 두려운 운명을 그리면서
120
불안과 비포(悲怖)에 떨었다,
121
그래서 핫! 하고 골을 짚은 채 쓰러졌다.
 
 

11. 11장

123
바람은 이 조그마한 S촌을 삼킬 듯이 심하여간다
124
S촌뿐이랴 강안(江岸)의 두 다른 국토와 인가와 풍경을 시름없이 덮으면서
125
벌부(筏夫)의 소리도, 고기잡이 얼음장 그는 소리도, 구화(溝化)불에 마주선 중국 순경의 주정소리도,수비대 보초의 소리도
126
검열 맡은 필름같이 뚝뚝 중단되어가면서, 그래도
127
이 속에도 어린애 안고 우는 촌 처녀(처녀)의 소리만은 더욱 분명하게
128
또 한 가지
129
방랑자의 호소도 더욱 뚜렷하게,
130
울며, 짜며 한숨짓는 이 모든 규음(揆音)이
131
바숴진 피아노의 건반같이
132
산산이 깨뜨려놓았다, 이 마을 평화를 -
 
 

12. 12장

134
처녀(妻女)는 두렵고 시산하고 참다못하여
135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았다
136
하늘엔 불켜논 방안같이 환-히 밝은데
137
가담가담 흑즙 같은 구름이 박히어 있다.
138
"응, 깊고 맑은데-"하고 멀리 산굽이를 쳐다보았으나
139
아까 나갔던 남편의 모양은 다시 안 보였다
140
바람이 또 한 번 포효하며 지난다
141
그때 이웃집으로 기왓장이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142
우물가 버드나무 째지는 소리 요란히 난다 -
143
처마 끝에 달아맨 고추 다램이도 흩어지면서
144
그는 "에그 추워라!"하고 문을 얼른 닫았다.
 
 

13. 13장

146
먼 길가에선 술집막(幕)에서 널문 소리 들린다,
147
이내 에익… 허… 허… 하는 주정꾼 소리도
148
"춥길래 오늘 저녁 문도 빨리 닫는가보다"하고 속으로 외우며
149
처녀(妻女)는 돌부처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심 없는 사람 모양으로.
150
이렇게 시산한 밤이면은
151
사람 소리가 그리우니
152
웩 - 웩 - 거리고 지나는 주정꾼 소리도.
 
 

14. 14장

154
처녀(妻女)는 생각하는 양 없이
155
출가한 첫해 일을 그려보았다 -
156
밤마다 밤마다 저 혼자 베틀에 앉았을 때,
157
남편은 곤히 코구르고 -
158
고요한 밤거리를 불고 지나는
159
머슴아이의 옥퉁소 소리에
160
구곡의 청제비 우는 듯한 그 애연한 음조를 듣고는
161
그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하였더니
162
그저 섧고도 안타까워서 -
 
163
산으로 간 남편이 저물게 돌아올 때
164
울타리 기대어 먼 산기슭을 바라보노라면
165
오시는 길을 지키노라면
166
멀리 울 리는 강아지 소리에,
167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더니
168
갓난애기의 첫해가 자꾸 설워서 -
 
169
그보다도 가을밤 옷 다듬다
170
뒷서당집 노훈장의 외우는 "공자 왈, 맹자 왈"소리에
171
빨래 다듬이도 잊고서 그저 가만히
172
엎디어 있노라면
173
마을돌이로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174
구운 감자 갖다주는 것도 맛없더니
175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이불 속에서
176
계명(鷄鳴) 때 지나게 울기도 하였더니,
 
177
"아. 옛날은 꿈이구나!"하고 처녀(妻女)는
178
세상을 다 보낸 노인같이 무연히 한숨을 내쉬었다.
 
179
이렇게 생각하고 처녀(妻女)는 운다,
180
오랫동안을 사내를 속이고 울던 마음이
181
오늘밤 따라와 터지는 것 같아서,
182
- 그는 어릴 때 아직 머리태를 두었을 때 -
183
도라지 뿌리 씻으로 샘터에 가면
184
강아지 몰고 오는 머슴아이, 만나던 일
185
갈잎으로 풀막을 짓고
186
해 지기도 모르게,
187
물장구 치고 풀싸움하고 그러던 일,
 
188
그러다가 처녀(妻女)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189
"옳아, 그이, 그 언문 아는 선비! 어디 갔을까?"
190
하고 무릎을 친다.
191
그리고 입속으로 "옳아, 옳아, 그이!"하고는
192
빙그레 웃는다, 꿈길을 따르면서 - 옛날을 가슴에서 파내면서.
 
 

15. 15장

194
바깥에선 밤개가 컹컹 짖는다.
195
그 서슬에 "아뿔사 내가 왜?"하고 처녀(妻女)는
196
황급히 일어나 문턱에 매어달린다, 죄 되는 일을 생각한 것같이.
197
그러나 달과, 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98
남산 봉화당 꼭지에선
199
성좌들이 진치고 한창 초한(楚漢)을 다투는데 -
 
 

16. 16장

201
"아하, 설날이 아니 오고, 또 어린애가 아니었더면
202
국금(國禁)을 파하고까지 남편을
203
이 한밤에 돈벌이로
204
강 건너 외땅으로 보내지 않았으련만
205
무지한 병정에게 들키면 그만이지.
206
가시던 대로나 돌아오시랴.
207
에그, 과부는 싫어, 상복 입고 산소에 가는 과부는 싫어"
208
빠지직빠지직 타오르는 심화에
209
앉아서 울고 서서 맴도는
210
시골 아낙네이 겨울밤은 지리도 하여라.
211
다시는 인적기조차 없는데
212
뒷산곡에는 곰 우는 소리 요란코.
 
 

17. 17장

214
이상한 청년은 그 집 문간까지 왔었다,
215
여러 사람의 악매(惡罵)하는 눈살에 쫓겨
216
뼉다귀 찾는 미친 개모양으로 우줄우줄 떨면서
217
모막살이집 문 앞까지 왔었다, 누가 보았던들
218
망명하여 혼 이방인이 보리(補吏)의 눈을 피하는 것이라 않았으랴.
219
그는 돌연
220
"여보, 주인!"
221
하고 굳어진 소리로 빽 지른다.
222
그 서슬에 지옥서 온 사자를 맞는 듯이
223
온 마을이 푸드득 떤다,
224
그는 이어서 백골을 도적하러 묘지에 온 자처럼
225
연해 눈살을 사방에 펼치면서 날카로운 말소리로
226
"여보세요 주인! 문을 열어주세요"
 
 

18. 18장

228
딸그막딸그막 울려나오는 그 소리,
229
만인의 가슴을 무찌를 때
230
모든 것은 기침 한 번 없이 고요하였다.
231
천지 창조 전의 대공간같이……
232
그는 다시 눈을 흘겨 삼킬 듯이 바라보더니
233
"여보, 주인! 주인! 주인?"
234
아, 그 소리는 불쌍하게도
235
맥이 풀어져 고요히 앉아 있는 아내의 혼을 약탈하고 말았다.
236
사내를 사지(死地)에 보내고 정황없어 하는 아내의 -
 
 

19. 19장

238
처녀(妻女)는 그 소리에 놀랐다.
239
그래서 떨었다 밖으로선 더 급하게
240
"나를 모르세요? 내요! 내요!"
241
하고 계속하여 난다, 그러면서
242
주먹이 똑 똑 똑 하고 문지방에 와 맞힌다.
243
처녀(처녀)의 가슴도 똑똑똑 때리면서
244
젊은 여자를 잠가둔 성당 문을 똑똑똑 두다리면서.
 
 

20. 20장

246
처녀(妻女)는 어떨 줄 몰랐다,
247
그래서 거의 기절할 듯이 두려워하였다.
248
그렇지 않아도
249
아까 남편이 떠날 때,
250
동리 구장이 달려와 말모개를 붙잡고
251
"오늘 저녁엔 떠나지를 마오, 부디 떠나지를 마오, 이상한 청년이 나타나 무슨 큰 화변을 칠 것 같소, 부디 떠나지를 마오, 작년 일을 생각하거든 떠나지를 마오."
252
그러길래 또 무슨 일이 있는가고,
253
미리 겁내어 앉았을 때 그 소리 듣고는
254
그는 에그! 하고 겁이 덜컥 났었다.
255
죽음이 어디서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256
몸에 오소속 소름이 친다.
 
 

21. 21장

258
그의 때리는 주먹은 쉬지 않았다, 똑 - 똑 - 똑 -
259
"여보세요, 내요! 내라니까"
260
그리고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 한참을.
261
"아, 내라니까, 내요, 어서 조금만"
262
"아하, 아하, 아하 -"
263
청년은 그만 쓰러진다.
264
동사(凍死)하는 거지 추위에 넘어지듯이,
265
그때 처녀(妻女)는 제 가슴을 만지며
266
"에그, 어쩌나, 죽나보다 -"하고 마음이 쓰렸다.
267
"아하, 아하, 아하, -"
268
땅속으로 꺼져하는 것 같은 마지막 소리
269
차츰 희미하여가는데 어쩌나! 어쩌나? 아하 -
270
"내라니까! 내요, 아, 조금만……" 그것은 확실히 마지막이다.
271
알 수 없는 청년의 마지막 부르짖음이다 -
 
272
이튿날 첫아침 흰 눈에 묻힌 송장 하나가 놓이리라.
273
건치에 말아 강물 속에 띄워보내리라,
274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방랑자를 -
275
처녀(妻女)는 이렇게 생각함에,
276
"에그 차마 못할 일이다!"하고 가슴을 뜯었다.
277
어쩔까, 들려놓을까? 내 버려둘까?
278
간첩일까? 마적일까? 아니 착한 사람일까?
279
처녀는 혼자 얼마를 망설이었다.
280
"아하, 나를 몰라, 나를- 나를, 이 나를……"
281
그 소리에 그는 깜짝 놀랐다
282
어디서 꼭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283
그는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284
물귀신에게 홀린 제주도 해녀같이
285
그래서 문고리를 쥐었다.
286
금속성 소리 딸까닥하고 난다,
287
그 소리에 다시 놀라 그는 뒷걸음친다.
 
 

22. 22장

289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청년이었다.
290
그는 창살에 넘어지는 아낙네의 그림자를 보고는
291
미친 듯, 일어서며, 다시
292
"내요 - 내요 -" 부른다.
293
익수자(溺水者)가 배를 본 듯, 외마디 소리, 정성을 다한 -
 
 

23. 23장

295
처녀(妻女)는 그래도 결단치 못하였다,
296
열지 않으면 불쌍하고, 열면 두렵고,
297
그래서 문고리를 쥐고 삼삼 돌았다.
298
"여보세요, 어서 조금만 아하……"
299
그러면서 마지막 똑똑을 두다린다,
300
마치 파선된 배의 기관같이
301
차츰차츰 약하여져가면서 -
 
 

24. 24장

303
처녀(妻女)는 될 대로라듯이 문을 열고 있다,
304
지켜섰던 바람이 획! 하고 귓볼을 때린다,
305
그때 의문의 청년도 우뚝 일어섰다
306
더벅머리에 눈살이 깔리고, 바지에 정갱이
307
달빛에 석골조상같이 꿋꿋하여진 그 방랑자의 꼴!
 
 

25. 25장

309
어유(漁油)불이 삿!하고 두 사이를 흐른다,
310
모든 발음(撥音)이 죽은 듯 하품을 친다.
311
"누구세요, 당신은 네?"
312
청년은 한 걸음 다가서며
313
"내요, 내요 내라니까 - "
314
그리고는 서로 물끄러미 치어다본다,
315
아주 대담하게, 아주 심정(沈精)하게.
 
 

26. 26장

317
그것도 순간이었다
318
"앗! 당신이 에그머니!"하고 처녀는 놀라 쓰러진다.
319
청년도
320
"역시 오랫던가 아, 순이여"
321
하고 문지방에 쓰러진다.
322
로단이 조각하여논 유명한 조상같이 둘은 가만히 서 있다,
323
달빛에 파래져 신비하게, 거루하게.
 
 

27. 27장

325
아하 그리운 한 옛날의 추억이어.
326
두 소상(塑像)에 덮이는 한 옛날의 따스한 기억이어!
327
8년 후 이날에 다시 불탈 줄 누가 알았으리.
328
아, 처녀와 총각이어,
329
꿈나라를 건설하던 처녀와 총각이어!
330
둘은 고요히 바람소리를 들으며
331
지나간 따스한 늘을 들춘다 -
332
국경의 겨울밤은 모든 것을 싸안고 달아난다.
333
거의 10년 동안을 울며불며 모든 것을 괴멸시키면서 달아난다.
334
집도 헐기고, 물방앗간도 갈리고, 산도 변하고, 하늘의 백랑성 위치조차 조금 서남으로 비틀리고
335
그러나 이 청춘남녀의
336
가슴속 깊이 파묻혀 둔 기억만은 잊히지 못하였다,
337
봄꽃이 져도 가을 열매 떨어져도
338
8년은 말고 80년을 가보렴 하듯이 고이고이 깃들었다
339
아, 처음 사랑하던 때!
340
처음 가슴을 마주칠 때!
341
8년 전의 아름다운 그 기억이여!
【원문】제 1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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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5년 [발표]
 
  서사시(敍事詩) [분류]
 
  시(詩)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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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