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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유당관북유람일기 (意幽堂關北遊覽日記) ◈

◇ 동명일기(東溟日記)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1. 동명일기(東溟日記)

1
기축년(己丑年) 8월에 낙(洛)을 떠나 9월에 초승에 함흥으로 오니, 다 이르기를 일월출이 보암직다 하되, 상거(相距)가 50리라 하니, 마음에 중란(中亂)하되 기생들이 못내 칭찬하여 거룩함을 일컬으니, 내 마음이 들썩여 원님께 청한대, 사군(使君)이 하시되,
 
2
"여자의 출입이 어찌 경(輕)히 하리요".
 
3
하여 뇌거(牢拒) 불허(不許)하니 하릴없이 그쳤더니, 신묘년에 마음이 다시 들썩여 하도 간절히 청하니 허락하고, 겸하여 사군이 동행하여, 8월 21일 동명(東溟)에서 나느 중로손(中路孫)한명우의 집에 가 자고, 게서 달 보는 귀경대(龜景臺)가 시오리라 하기 그리 가려 할새, 그 때 추위 지리하여 길 떠나는 날까지 구름이 사면으로 운집하고 땅이 질어 말 발이 빠지되, 이미 정한 마음이라 동명으로 가니, 그 날이 종시(終始) 청명치 아니하니 새벽 달도 못 보고 그저 환아(還衙)를 하려 하더니, 새벽에 종이 들어와 이미 날이 놓았으니 귀경대로 오르자 간청하기 죽을 먹고 길에 오르니, 이미 먼동이 트더라. 쌍교마(雙轎馬)와 종과 기생 탄 말을 바삐 채를 치니 네 굽을 모아 뛰어 달으니, 안접(安接)지 못하여 시오리를 경각에 행하여 귀경대에 오르니, 사면에 애운(靄雲)이 끼고 해 돋는 데 잠깐 터져 겨우 보는 듯 마는 듯하여, 인(因)하여 돌아올새, 운전(雲田) 이르니 날이 쾌청하니 ,그런 애달픈 일은 없더라.
 
4
조반 먹고 돌아올새, 바닷가에 쌍교(雙轎)를 교부(轎夫)에 메어 세우고, 전모(氈帽)쓴 종과 군복(軍服)한 기생을 말 태워 좌우로 갈라 세우고 사공(沙工)을 시켜 후리질을 시키니, 후리 모양이 수십 척(尺) 장목(長木)을 마주 이어 나비 한간 배만한 그물을 노로 얽어 장목에 치고, 그물폿은 백토(白土)로 구워 탕기(湯器)만큼 한 것으로 달아 동아줄로 끈을 하여, 해심(海心)에 후리를 넣어 해변에서 사공 수십 명이 서서 아우성을 치고 당기어 내니, 물소리 광풍(狂風)이 이는 듯하고 옥 같은 물굽이 노하여 뛰는 것이 하늘에 닿았으니, 그 소리 산악이 움직이는 듯하더라. 일월출(日月出)을 변변히 못 보고 이런 장관을 한 줄 위로 하더라. 후리를 꺼내니 연어, 가자미 등속이 그물에 달리어 나왔더라.
 
5
보기를 다하고 가마를 돌이켜 돌아올새, 교중(僑中)에서 생각하니 여자의 몸으로 만리 창파를 보고 바닷고기를 잡는 모양을 보니, 세상이 헛되지 아님을 자기(自期)하여 10여 리를 오다가 태조 대왕 노시던 격구정(擊毬亭)을 바라보니, 높은 봉 위에 나는 듯한 정자 있으니, 가마를 돌이켜 오르니 단청이 약간 퇴락한 6,7간(間) 정자 있으니, 정자 바닥은 박석(薄石)을 깔았더라.
 
6
정자는 그리 좋은 줄 모르되 안계(眼界) 기이하여 앞은 탄탄 훤훤한 벌이요, 뒤는 푸른 바다가 둘렀으니, 안목이 쾌창(快暢)하고 심신이 상연(爽然)한데, 바다 한 가운데 큰 병풍 같은 바위 올연(兀然)히 섰으니 거동이 기이하더라. 이르기를 '선바위'라 하더라.
 
7
봉하(峰下)에 공인(工人)을 숨겨 앉히고 풍류를 늘어지게 치이고 기생을 군복한채 춤을 추이니, 또한 보암즉하더라. 원님은 먼저 내려서 원으로 가시고 종이 형제만 데리고 왔기 마음놓아 놀더니, 촌녀(村女) 젊은 여자 둘과 늙은 노파가 와서 굿보려 하다가 종이라서,
 
8
"네 어디 있는 여인인가?"
 
9
하니, 상풍 향족(鄕族)부녀(婦女)란가 하여 대로하여 달으니 일장(一場)을 웃다.
 
10
인하여 돌아나올새, 본궁(本宮)을 지나니 보고 싶으되 별차(別差)가 허락지 아니하기 못 보고 돌아오니, 일껏 별러 가서 일월출을 못보고 무미(無味)막심(莫甚)히 다녀와 그 가엾기를 어찌 다 이르리요.
 
11
그 후 맺혀 다시 보기를 계교(計巧)하되 사군이 엄히 막자로니 감히 생의(生意)치 못하더니. 임진(壬辰) 상척(喪戚)을 당하여 종이를 서울 보내어 이미 달이 넘고, 고향을 떠나 4년이 되니, 죽은 이는 이의(已矣)거니와 생면(生面)이 그립고, 종이조차 조매어 심우(心憂)를 도우니, 회포가 자못 괴로운지라, 원님께 다시 동명(東溟) 보기를 청하니 허락지 아니하시거늘 내 하되,
 
12
"인생이 기하(幾何)오? 사람이 한번 돌아가매 다시 오는 일이 없고, 심우와 지통(至痛)을 쌓아 매양(每樣)울울 하니, 한번 놀아 심울(心鬱)을 푸는 것이 만금(萬金)엥 비겨 바꾸지 못하리니, 덕분에 가지라".
 
13
하고 비니, 원님이 역시 일출을 못 보신 고로 허락, 동행하자 하시니, 9월 17일로 가기를 정하니, 속기생 차섬이, 보배 쾌락(快諾) 대희하여 무한 치장(治裝)기구를 성비(盛備)할새, 차섬이, 보배 한 쌍, 이랑이, 일섬이 한쌍, 계월이하고 가는데, 17일 식후 떠나려 하니, 16일 밤을 당하여 기생과 비복이 다 잠을 아니 자고 뜰에 내려 사면을 관망(觀望)하여, 혹 하늘이 흐릴까 애를 쓰니, 나역시 민망하여 한가지로 하늘을 우러러보니, 망일(望日)의 월식 끝이라 혹 흑색 구름이 층층하고 진애(塵埃) 기운이 사면을 둘렀으니, 모든 비복과 기생이 발을 굴러 혀를 차 거의 미칠 듯 애를 쓰니 대 또한 초조하여 겨우 새워 17일 미명(未明)에 바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오히려 천색(天色)이 쾌치 아니하여 동편의 붉은 기운이 일광을 가리오니, 흉중(胸中)이 흔들려 하늘을 무수히 보니, 날이 늦으며 홍운(紅雲)이 걷고 햇기운이 나니, 상하 즐겨 밥을 재촉하여 먹고 길을 떠나니, 앞에 군복한 기생 두쌍과 아이 기생하나가 비룡(飛龍)같은 말을 타고 섰으니, 전립(戰笠) 위의 상모와 공작모(孔雀毛) 햇빛에 조요하고 상마(上馬)한 모양이 나는 듯한데, 군악을 교전(轎前)에서 늘어지게 주(奏)하니, 미세한 규중 여자로 거년(去年)에 비록 낭패하였으나 거년 호사를 금년(今年) 차일(此日)에 다시 하니, 어는 것이 사군의 은혜 아니리요.
 
14
짐짓 서문으로 나서 남문 밖을 둘아가며 쌍교마(雙轎馬)를 천천히 놓아 좌우 저자를 살피니, 거리 여섯 저자 장안(長安) 낙중(洛中)으로 다름이 없고, 의전(衣廛), 백목전(白木廛), 채마전(菜麻廛) 각색 전이 반감희(半減喜)하여 고향 생각과 친척 그리움이 배하더라. 포전, 백목전이 더욱 장하여 필필(疋疋)이 건 것이 몇천동을 내어 건 줄 모를러라. 각색 옷이며 비단 금침(衾枕)을 다 내어 걸었으니, 일색에 비추더라.
 
15
처음 갔던 한명우의 집으로 아니 가고 가치섬이란데 숙소하려 가니, 읍내 30리는 가니, 운전창(雲田艙)부터 바다가 뵈더니, 다시 가치섬이 표묘히 높았으니, 한편은 가이없는 창해(滄海)요, 한편은 첩첩한 뫼인데, 바닷가로 길이 겨우 무명 나비만은 하고 그 옆이 산이니, 쌍교를 인부에 메어 가만가만 가니, 물결이 굽이쳐 흥치며 창색(滄色)이 흉용(洶湧)하니 처음으로 보기 끔찍하더라. 길이 소삽(疏澁)하고 돌과 바위 깔렸으니 인부가 겨우 조심하여 1리는 가니, 길이 평탄하여 너른들인데, 가치섬이 우러러뵈니, 높이는 서울 백악산 같고 모양 대소는 백악만 못하고 산색이 붉고 탁하여 족히 백악만 못하더라.
 
16
바닷가로 돌아 섬 밑에 집 잡아 드니, 춘매, 매화가 추후하여 왔더라. 점심을 하여 들이는데 생복회를 놓았으니 그 밑에서 건진 것이라 맛이 별하되 구치(驅馳)하여 가니, 잘 먹지 못하니, 낙중(洛中) 친척으로 더불어 맛을 나누지 못하니 지한(至恨)이러라.
 
17
날이 오히려 이르고 천기(天氣) 화명(和明)하며 풍일(風日)이 고요하니, 배를 꾸며 바다에 사군이 오르시고 숙시와 성이를 데리고 내 오르니, 풍류를 딴 배에 실어 우리 오른 배 머리에 달고 일시에 주(奏)하니, 해수 푸르고 푸르러 가이없고, 군복한 기생의 그림자는 하늘과 바다에 거꾸로 박힌 듯, 풍류 소리는 하늘과 바닷속에 사무쳐 들레는 듯, 날이 석양이니 쇠한 해 그림자가 해심에 비치니, 1만 필흰 비단을 물위에 편 듯 도니, 마음이 비스듬히 흔들려 상쾌하니, 만리 창파에 일엽 편주로 망망 대해의 위태오움을다 잊을러라.
 
18
기생 보배는 가치섬 봉(峰)위에 구경 갔다가 내려오니, 벌써 배를 띄워 대해에 중류(中流)하니 오르지 못하고 해변에 서서 손을 흔드니, 또한 기관(奇觀)이러라. 거년 격구정에서 선바위을 보고 기이하여 돌아왔더니, 금일 선유(船遊)가 선바위밑에 이르니 신기하더라.
 
19
해거의 가니 행여 월출 보기 늦을까 바삐 배를 대어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바삐 먹고 일색이 다 진(盡)치 아녀 귀경대(龜景臺)에 오르니 5리는 하더라.
 
20
귀경대를 가마 속에서 보니 높이가 아득하여 어찌 오를꼬 하더니, 사람이 심히다녀 길이 반반하여 어렵지 아니하니 쌍교에 인부로 오르니, 올라간 후는 평안 하여 좋고, 귀경대 앞의 바닷속에 바위 있는데, 크기도 퍽 크고 형용 생긴 것이 거북이 꼬리를 끼고 엎딘 듯하기, 천생으로 생긴 것이 공교로이 쪼아 만든 듯하니, 연고(然故)로 '귀경대'라 하는 듯싶더라.
 
21
대상에 오르니 물 형계(刑械) 더욱 장하여, 바다 넓이는 어떠하던고, 가이 측량없고 푸른 물결 치는 소리, 광풍 이는 듯하고 산악이 울리는 듯하니, 천하의 끔찍한 장관이러라.
 
22
9월 기러기 어지러이 울고 한풍(寒風)이 끼치는데, 바다로 말도 같고 사슴도 같은 것이 물 위로 다니기를 말 달리듯 하니, 날 기운이 이미 침침하니 자세치 아니하되 또 기절(奇絶)이 보암즉하니, 일생 보던 기생들이 연성(連聲)하여 괴이함을 부를 제, 내 마음에 신기하기 어떠하리요. 혹 해구(海狗)라 하고 고래라 하니 모를러라.
 
23
해 완전히 다 지고 어두운 빛이 일어나니, 달 돋을 데를 바라본즉 진애(塵埃)사면으로 끼고 모운(暮雲)이 창창하여 아마도 달 보기 황당(荒唐)하니, 별러 별러 와서 내 마음 가이없기는 이르지 말고, 차섬이, 이랑, 보배 다 마누하님 월출을 못 보시게 하였다 하고 소리하여 한하니, 그 정이 또 고맙더라.
 
24
달 돋을 때 못 미치고 어둡기 심하니, 좌우로 초롱을 켜고 매화가 춘매더러 대상에서 <관동별곡>을 시키니, 소리 놓고 맑아 집에 앉아 듣는 것보다 더욱 신기롭더라.
 
25
물 치는 소리 장하매, 청풍이 슬슬이 일어나며, 다행히 사면(四面) 연운(煙雲)이 잠깐 걷고, 물 밑이 일시에 통랑하며, 게 드린 도홍(桃紅)빛 같은 것이, 얼레 빗잔등 같은 것이 약간 비치더니 차차 내미는데, 둥근 빛 붉은 폐백반(幣帛盤) 만한 것이 길게 흥쳐 올라붙으며, 차차 붉은 기운이 없고 온 바다가 일시에 휘어지니, 바다 푸른 빛이 희고 희어 은 같고 맑고 좋아 옥 같으니, 창파 만리에 달 비치는 장관을 어찌 능히 볼지리요마는, 사군이 세록지신(世祿之臣)으로 천은(天恩)이 망극하여 연하여 외방에 작재(作宰)하여 나랏것을 마음껏 먹고, 나는 또한 사군의 덕으로 이런 장관을 하니, 도무지 어는 것이 성주(聖主)의 은혜 아닌 것이 있으리요.
 
26
밤이 들어오니 바람이 차고 물 치는 소리 요란한데 한랭하니, 성이로 더욱 민망하여 숙소로 돌아오니, 기생들이 월출 관광이 쾌치 아닌 둘 애달파하더니, 나는 그도 장관으로 아는데 그리들 하니 심히 서운하더라.
 
27
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더러 물으라 하니,
 
28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 합니다".
 
29
하되, 마음에 미덥지 아니하여 초조하더니, 먼 데 닭이 울며 연하여 잦으니, 기생과 비복을 마구 흔들어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及唱)이 와,
 
30
"관창 감관(監官)이 다 아직 너무 일찍하니 못 떠나시리라 합니다".
 
31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발발이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에 오르니, 달빛이 사면에 조요(照耀)하니 바다가 어젰밤보다 희기 더 하고 광풍이 대작(大作)하여 사람의 뼈에 사무치고 물결치는 소리 산악이 움지이며 별빛이 말똥말똥하여 동편에 차례로 있어 새기는 멀었고, 자는 아이를 급히 깨워 왔기 추워 날치며, 기생과 비복이 다 이를 두드려 떠니, 사군이 소리하여 혼동하여 가로되,
 
32
"상(상(常)없이 일찍이이 와 아이와 실내(실내(室內) 다 큰 병이 나게 하였다."
 
33
하고 소리하여 걱정하니, 내 마음이 불안하여 한 소리를 모사 하고, 감히 추워하는 눈치를 못 하고 죽은 듯이 앉았으되, 날이 샐 가망이 없으니 연하여 영재를 불려,
 
34
"동이 트느냐?"
 
35
물으니, 아직 멀기로 연하여 대답하고,물 치는 소리 천지 진동하여 한풍 끼치기 더욱 심하고, 좌우 시인(侍人)이 고개를 기울여 입을 가슴에 박고 추워하더니, 매우 시간이 지난 후 동편의 성수(星宿)가 드물며 울색이 차차 엷어지며 홍색이 분명하니, 소리하여 시원함을 부르고 가마 밖에 나서니, 좌우 비복과 기생들이 옹위(擁衛)하여 보기를 (마음) 졸이더니,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 진흥 대단(眞紅大緞) 여러 필을 물 위에 펼친 듯, 만경 창파가 일시에 붉어 하늘에 자욱하고, 노하는 물결 소리 더욱 장하며, 홍전(紅氈) 같은 물빛이 황홀하여 수색이 조요하니, 차마 끔찍하더라.
 
36
붉은 빛이 더욱 붉으니 마주 선 사람의 밫과 옷이 다 붉더라. 물이 굽이쳐 올려치니, 밤에 물 치는 굽이는 옥같이 희더니, 지금은 물굽이는 붉기 홍옥(紅玉) 같아서 하늘에 닿았으니, 장관을 이를 것이 없더라.
 
37
붉은 기운이 퍼져 하늘과 물이 다 조요하되 해 아니 나니, 기생들이 손을 두드려 소리하여 애달파 가로되,
 
38
"이제는 해 다 돋아 저 속에 들었으니, 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구름이 되리라."
 
39
혼공하니, 낙막(落寞)하여 돌아가려 하니, 사군(使君)과 숙시가,
 
40
"그렇지 아냐, 이제 보리라."
 
41
하시되, 이랑이, 차섬이 냉소하여 이르되,
 
42
"소인(小人) 등이 이번뿐 아니라 자주 보았사오니, 어찌 모르리이까? 마누하님 큰 병환 나실 것인, 어서 가압사이다."
 
43
하거늘, 가마 속에 들어 앉으니, 봉의 어미 악써 가로되,
 
44
"하인들이 다 (말)하되, 이제 해 나오리라 하는데, 어찌 가시리요? 기생 아이들은 철모르고 즈레 이렁 구는다."
 
45
이랑이 박장하여 가로되,
 
46
"그것들은 전혀 모르고 한 말이니 곧이듣지 마십시오."
 
47
하거늘, 돌아 사공더러 물으라 하니,
 
48
"사공이 오늘 일출이 유명하리라 합니다."
 
49
하거늘 내 도로 나서니, 차섬이, 보배는 내 가마에 드는 상(相) 보고 먼저 가고 계집종 셋이 먼저 갔더라.
 
50
홍색(紅色)이 거룩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놀더니, 이랑이 소리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51
"저기 물 밑을 보십시오"
 
52
외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치고 큰 실오라기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하며, 기운이 진홍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나비 같은 것이 그믐 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위로 작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郞)하기는 호박보다 더 곱더라.
 
53
그 붉은 위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 반 장 나비만큼 반듯이 비치며, 밤 겉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하여 불긋불긋 번듯번 듯 뛰놀며, 적색이 온 바다에 끼치며, 먼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주하며 항아리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황홀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질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하여 첫 홍색을 헤치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레바퀴 같아서 물 속으로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아리,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의 혀처럼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더라.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의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며 일광이 청랑(晴朗)하니, 만고 천하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떼 없을 듯하더라
 
54
짐작에, 처음 백지 반 장만큼 붉은 기운은 그 속에서 해 장차 나려고 내비치어 그리 붉고, 그 회오리밤 같은 것은 짐짓 일색(日色)을 빠혀 내니 내비친 기운이 차차 가시며, 독 같고 항아리 같은 것은 일색이 모질게 고운 고로, 보는 사람의 안력(眼力)이 황홀하여 도무지 헛기운인 듯싶더라.
 
55
차섬이, 보배는 내 교중에 드니, 먼저 가는 듯하더니 도로 왔던 양하여, 묘시(卯時) 보심을 하례하고, 이랑이 손을 두드려,
 
56
"보시도다."
 
57
하여 즐겨하더라.
 
58
장관을 쯘더이 하고 오려 할새, 촌녀들이 작별 운집(作別雲集)하여 와서 보며, 손을 비비어 무엇 달라 하니, 돈냥인지 주어 나누어 먹으라 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쯘덥기 중보(重寶)를 얻은 듯하더라.
 
59
조반을 급히 먹고 돌아올새, 본궁(本宮) 보기를 하여 허락을 받고 본궁에 들어 가니, 궁전이 광활한데 분장(粉墻)을 두루 싸고 백토(白土)로 기와 마루를 칠하고, 팔작(八作) 위에 기와로 사람처럼 만들어, 화살 맨 것, 공속하고 선 것, 양마지속(羊馬之屬)을 다하여 앉혔으니, 또한 보암직하더라.
 
60
궁전에 들어가니, 집이 그리 높지 아니하되 너르고, 단청 채색(丹靑彩色)이 영롱하여 햇빛에 조요하더라. 전(殿) 툇마루 앞에 태조 대왕 빗갓은 다 삭아 겨우 보를 의지하고, 은으로 일월옥로(日月玉露) 입식(笠飾)이 다 빛이 새로워 있고 화살은 빛이 절어도 다른 데 상하지 아니하고, 동개도 새로운 자가 있되, 요대(腰帶), 호수(虎鬚), 활시위하던 실이 다 삭았으니, 손 닿으면 묻어날 듯 무섭더라.
 
61
전문(殿門)을 여니, 감실 네 위(位)에 도홍 수화주(桃紅手禾紬)에 초록 허리를 달아 장(帳)을 하여 위마다 쳤으니, 마음에 으리으리하고 무섭더라.
 
62
다 보고 나오니, 뜰 앞에 반송(盤松)이 있되 키 작아 손으로 만지이고, 퍼지기 양산 같고 누른 잎이 있고, 노송이 있되 새로웠으니, 다 친히 심으신 것이 여러 백년 지났으되 이리 푸르니, 어찌 기이하지 아니리요.
 
63
뒤로 돌아 들어가니 큰 소나무 마주 섰는데, 몸은 남자의 아름으로 두 아름은 되고, 가지마다 용이 틀어진 듯 틀려 얹혔는데, 높이는 다섯 길은 하고, 가지 쇠하고 잎이 누르러 퍽 떨어지더라.
 
64
옛날은 나무 몸에 구피로 쌌더라 하되 녹고, 보로 싸고 구리띠를 하여 띠었더라. 곧고 큰 남기로 사면으로 들어 받쳤더라.
 
65
다보 돌아나오다가 동편으로 보니, 우물이 있되 그리 크지 아니하고 돌로 만들고 널러 짰더라. 보고 몇 걸음 나오니 장히 큰 밤남기 섰으니, 언제의 나무인 줄 모를러라. 제기(祭器) 놓은 데로 오니, 다은기라 하되 잠갔기 못 보다. 방아집에 오니, 방아를 정(淨)히 결고 집을 지었으되, 정하기 이상하더라. 제물(祭物)하옵는 것만 찧는다 하더라. 세세히 다 보고 환아(還衙)하니, 사군(使君)은 먼저 와 계시더라.
 
66
인생이 여러 가지로 괴로워 위로 두 분 모두 아니 계시고, 알뜰한 참경(慘景)을 여러 번 보고, 동생이 영락(零落)하여 회포가 또한 괴롭고 지통(至痛)이 몸을 누르니, 세상에 호흥(好興)이 전혀 없더니, 성주의 은덕이 망극하와 이런 대지에 와 호의이호식好衣而好食)응ㄹ 하고, 동명 구경대와 운전(雲田) 바다와 격구정을 둘러보고, 필경에 본궁을 보옵고 창업 태평(創業太平) 성군의 옥택(玉宅)을 4백년 후에 이 무지한 여자로서 구경하니, 어찌 자연하리요.
 
67
9월 17일 가서 18일 돌아와, 21일 기록하노라.
【 】동명일기(東溟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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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유당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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