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춘일(春日)이 뇌곤하여 초당(草堂)에 누었더니
3
정신이 태탕(駘蕩)하여 남가일몽 잠이 들어
4
세상을 돈망(頓忘)하고 여취여광(如醉如狂) 못 깨더니
5
문전의 일 노옹(老翁)이 양식 달라 구걸하네.
17
신풍미주(新豊美酒) 취하였나 비척걸음 가관일다.
18
비육불포(非肉不胞) 노래하며 그 중에도 먹으려고
19
그 중에도 입으려고 비백불난(非帛不煖) 문자 쓴다.
21
보아하니 반명(班名)으로 무삼 노릇 못하여서
22
남의 농사 전혀 믿고 문전걸식 어이 하노.
23
저 노인 거동 보소. 허회탄식 기가 막혀
25
젊어서 허랑(虛浪)하면 이러한 이 나 뿐일까.
30
슬하의 교동(嬌童)으로 비금주수(飛禽走獸) 길들여서
31
만하추동 좋은 세상 꿈결같이 다 보낼 때
32
매양 그러할 줄 알고 포식난의(飽食暖衣) 편히 자라
33
인도(人道)를 못 닦으니 행실이 무엇인고.
34
사서삼경 던졌으니 공맹안증(孔孟顔曾) 그 뉘 알리.
38
주륙진찬 다 갖추고 친구 모아 노닐 적에
61
우리 청춘 한평생을 귀 뉘 아니 믿었으리
83
백옥 같이 희던 살이 황금 같이 되었으며
89
살대 같이 곧던 허리 길마 가지 방불하다
92
있던 조업 도망하고 맑은 총명 간 데 없어
99
인생 한 번 늙어지면 늙을 로자 뿐이로다
105
가는 청춘 뉘 막으며 오는 백발 뉘 제할까
111
긴 창으로 찌르려면 조자룡이 아니 늙고
124
꽃이라도 쇠잔하면 오던 나비 아니 오고
125
나무라도 병이 들면 눈 먼 새도 아니 앉고
128
고대광실 좋은 집도 파락하면 보기 싫고
129
녹음방초 좋은 경도 낙엽되면 볼 것 없다
131
조석상대 하던 친구 부운 같이 흩어지고
135
년부역강 하올 적에 그런 줄을 모르고서
141
남은 것이 몸뿐이요 장만한 게 백발이라
148
가소롭다 이 내 몸이 헛나이만 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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