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제22대 왕
정조가 그린 수묵화. 보물 제744호이다. 가로의 길이 51.3㎝, 세로의 길이 86.5㎝이다. 동국 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8세기 말 정조는 영조의 뜻을 이어 탕평 정책을 실시하여 정치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두루 살펴 사회· 경제를 발전시켰다. 사회가 안정되자 문화 예술 이 눈에 띄게 발달하였다. 특히, 조선 후기의 화단은 매우 활기를 띠었고, 직업적인 화가가 아닌 문인화가가 여럿 등장하는 한편, 중류 계층에서도 뛰어난 화가가 많이 나왔다.
정조 자신도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는데, 특히 그는 수묵화를 잘 그렸다. 정조의 수묵화 작품으로는 《묵매》 《이금사군자병》 《군자화목도병풍》 등이 있다. 《정조대왕필국화도》는 보물 제743호로 지정된 《정조대왕필파초도》와 크기가 같아서 원래는 한 병풍에 있었던 것이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바위에 나 있는 세 개의 들국화를 그린 것이다. 바위는 화면의 왼쪽 가운데에 배치하였는데, 무게감이 실려 있다. 바위의 위아래에는 잡풀을 나타냈는데, 농담을 옅게 하여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들국화는 바위에 상·중·하의 세 방향으로 나 있다. 세 방향으로 나 있는 국화는 화면의 가운데에 길게 배치되어 있다. 상·하의 국화는 줄기가 길고 잎이 많이 달려 있고, 가운데에 있는 국화는 줄기 가 짧아서 보이지 않으며 바위에 붙어서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화의 꽃과 잎은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대조적으로 묘사하여 구별할 수 있게 표현하였다. 화면에 빈 공간을 많이 두어 그렸지만, 꽃과 바위가 상하, 좌우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붓놀림이 노련하지는 않지만, 활달하고 힘이 느껴지며, 속도감이 있어 보인다. 또한, 표현은 다소 서투른 듯 하지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다. 작품 전체가 은은하고, 부드러운 멋을 풍기고 있다.
조선 후기 문인화의 한 양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18세기 우리 나라 회화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