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조 때 원각사의 창건 내력을 적은 비. 서울 특별시 종로구 종로 2가 탑골 공원에 있다. 높이 4.9m, 나비 1.3m. 1471년(성종 2)에 세워졌다.

원각사 는 고려 시대부터 흥복사라고 불리던 절 자리에 1464년(세조 10) 5월 세조가 원각사의 창건을 결정하고, 1467년 사월 초파일에 10층 석탑의 완공과 함께 공사를 마쳤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64년 4월 효령 대군이 회암사 동쪽 언덕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안치하고 법회를 열자, 그 날 저녁 여래가 공중에 나타나 사리가 분신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 이 일을 세조에게 알려 절을 세우게 되었다.

1488년(성종 19) 화재로 절이 없어지자 성종이 다시 세우도록 명하였지만, 1504년(연산군 10) 연산군이 이 절을 기방으로 만들고, 1512년(중종 7)에 원각사를 헐어 목재로 나누어 줌으로써 절이 없어지게 되었다.

비문은 당대 명신들이 짓고 썼는데, 앞면은 김수온· 성임, 뒷면의 추기는 서거정 ·정난종이 각각 짓고 썼다.

대리석제의 비는 거의 닳아서 전혀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데, 다행히 《속동문선》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지구를 반으로 나눈 모양의 수는 비문 을 새긴 빗돌과 같은 돌로 여의주를 받든 형상의 쌍룡을 조각하였다. 이수 아래쪽에는 '대원각사지비(大圓覺寺之碑)'라는 제목 글씨를 강희맹의 글씨로 새겼다.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은 둔중한 몸체로 일반적인 육각형 거북이 등딱지 무늬의 큰 몸에 사다리꼴로 평행이 되도록 가느다란 선을 새겼다. 연잎 모양의 비문을 새긴 비좌와 물고기 비늘을 조각한 꼬리나 다리가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당나라 비석의 형식을 따른 복고적인 석비이지만 조각이 번잡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