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종교적인 체계를 갖추지 않고 일반 민중의 생활 속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종교적 또는 주술적인 신앙 형태. 즉 민간인이 믿고 있는 자연적인 종교이다.
민간 신앙이라는 말은 아직 학문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개념이 막연하고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미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고 점(占)이나 금기· 주술 현상이나 신흥 종교의 특별한 점을 민간 신앙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무속 신앙을 가리키기도 하고 원시 신앙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종교 민속학이 진전됨에 따라 민간 신앙을 자연적으로 발생된 종교이면서 믿음의 틀을 가진 종교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연 종교적이라 함은 특정한 창시자가 없고, 신앙의 체계화가 이룩되지 않았고, 조직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믿어 내려온 신앙이라는 것이다. 이 신앙에는 만들어진 것도 있으나, 기성 종교의 신앙을 받아들여서 합쳐진 것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재래의 민간 신앙이 파괴되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유럽 사회에서는 크리스트교의 전래에 의해서 그 신앙은 해체되고 말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부 그러한 경향은 있었으나 민간 신앙은 남아서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민간 신앙은 그 민족의 독특한 신앙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민간 신앙이 지지되는 범위는 한 민족 한 국가 내의 한 마을에 한정되어 작은 지역 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작은 규모의 생활 공동체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유형
민간 신앙에서 보여지는 숭배 유형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① 자연 숭배, ②정령 숭배, ③주력 숭배, ④신당 숭배, ⑤외래 종교이 영향을 받아 생기는 여러 숭배 등이다.
자연 숭배는 미약한 존재인 인간이 생활 과정에서 거대한 자연 대상물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대하며 공포심과 외경심이 생활의 밑바닥에 쌓여 있다가 산·바위와 나무·물 이런 것들에 숭배의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 숭배 (원시 신앙)는 사회 발전에 따라 일어난 생활의 분화에 적응하면서 종교 영역에 정착하여 왔다. 이처럼 자연물을 신성하게 보는 데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 이는 일상적인 것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는 것과 쉽게 없어지지 않는 영원성이 그것이다.
나무나 산· 암석의 경우 일반적인 것들과 구별되어 큰 나무나 큰 돌, 큰 산이 신앙의 대상이 되고, 강이나 바다도 일반적으로 흔한 시냇물이 아니고 큰 강이나 큰 바다가 신앙의 대상이 된다. 또, 해와 달 등의 무생물이나 인간과는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생물에 영원성을 부여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자연 숭배 의 신앙 속에는 이미 정령에 대한 신앙이 잠복해 있다. 즉, 산에 산령, 물에 수령, 나무에 수목령, 바위에 암석령, 사람에게 인간령이 있다고 믿으며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의 밑바닥에 제각기의 정령이 있다는 믿음을 지닌 것이다. 그리고 정령 숭배는 민간 사회층에서 많은 신당의 건립을 동반하였다.
이 민간 신앙이 다시 외래 종교와의 접촉에서 세속적인 혼합 신앙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민간 신앙의 구조는 여러 요소를 포갠 중첩적인 것이 되었다. 즉, 생활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자연 신앙인 이 이차적인 민간 신앙은 외래 종교와 접촉하면서 세속적이며 토속적인 혼합 신앙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민간 신앙은 민간 사회층에서 중첩적으로 구성된다.
특징
우리 나라의 민간 신앙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신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앙의 대상으로는 천신· 산신 등에서부터 죽은 귀신 까지 포함하고 있다. 산이나 바다·들판 등의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령을 비롯해서 동물과 식물의 영혼, 집안의 여러 곳에도 모두 각각의 신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신들은 민간의 생활이나 재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참여한다. 전지전능하다기보다 인간적인 제약을 더 많이 드러내기도 한다. 때로는 신이라 하여도 불행해하면서 인간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공포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신들도 있다. 그러나 민간 신앙에서는 오히려 이들 신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 개인 신앙이 아닌 공동체의 신앙 형태를 지닌다는 점이다. 가정의 신앙이거나 마을 전체의 신앙이지 어느 개인을 위한 신앙 이 아니다. 개인이 병이 나서 굿을 하여도 집 전체나 가족 전체를 위한 굿을 하게 된다. 마을의 대표자가 제사를 행한다고 하여도 그를 위한 것이 아니며 제사로부터 오는 행운도 그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셋째, 외래 종교와 끊임없이 접촉하여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점이다. 민간 신앙은 다른 종교로부터 많은 차별 대우를 받았지만 다른 종교로부터 배운 것도 있다. 불교와도 빈번히 교류되어 왔으며 유교와는 서로 반대되는 내용이 많아 합쳐지는 부분은 약했지만 서로 영향은 받았다. 유교가 정상적인 규칙의 문제를 취급했음에 반하여 무속 신앙은 비정상적이고 비규칙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넷째, 현실적인 이익이나 복에 주력하였다.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에 피해가 있을 때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장사나 농사가 잘 되지 않을 때, 병이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빌었다. 특히 재물을 얻기 위하여 기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매우 현실적인 이익 위주의 신앙이 되고 주술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다섯째, 비윤리적 측면이나 감정적 요소가 많이 나타난다. 이것은 다른 고등 종교에서처럼 윤리관이나 조직적인 체계를 세운 창시자가 없는 것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경향은 지연이나 혈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신앙이라는 점에서 그와 무관한 사람에게는 매우 폐쇄적이며 심지어는 적대시하는 경향까지 나타낸다. 예를 들어 남의 부뚜막에 있는 흙을 훔쳐서 자기 집으로 가져 오면 자기 집이 부자가 된다고 하는 것 등은 자기 위주의 심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여섯째, 사회의 모순이나 제도에 대한 원한과 한 많은 인생의 복수심을 해결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생기기 쉬운 갈등이나 원한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복수나 해결을 하지 않고 죽은 뒤 원귀가 되어 복수를 하게 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써서 정면 대결하는 것을 피해 왔다.
민간 신앙층의 영역은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서민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 민간 신앙은 그것이 지역적인 범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지방적인 색채가 짙다. 기성 종교와는 달리 개인보다 한층 더 공동체적이고 서민적인 민간 신앙은 이성 판단이 아닌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경험 의 반복에 따른 판단에 그 신앙 구조의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민간 신앙을 우리 나라사람의 종교 생활 체제란 측면에서 보면 기성 종교의 밑에 있으면서도 그 종교들의 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다시 이 구조를 보면, 그 체제의 핵심권에 본래의 민간 신앙이 자리하고, 그 외곽권에 혼합된 민간 신앙이 있고, 그 주변권에 성립 종교들이 나란히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 나라의 종교에서는 드러나는 기성 종교 의 신앙 속에 민간 신앙이 잠복하고 있기도 한다. 민간 신앙의 본래의 특색은 주술 의례에 있다. 주술은 우리 나라에서의 푸닥거리에 해당된다. 이를 보면 기성 종교의 순수한 교리·교의의 주창과는 달리 예정된 초자연적인 힘 내지는 영적 존재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통제하고 이용하려는 종교적인 행동이다. 이 행동에 의해서 바라는 바를 실현하고자 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초자연적으로 예상하는 조짐이 동반된다. 이것이 무꾸리이다. 그러므로 그 특색은 한마디로 푸닥거리와 무꾸리의 행동에 있으며, 생각으로는 흉한 일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없애고, 일상적 상태로 회복하려는 바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