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 때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박지원 이 지은 한문 소설. 《마장전》은 그의 작품 《
열하일기》의 《방경각외전》에 수록되어 있는데, 작가가 20세이던 1756년 전후에 쓰여진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열하일기》는 정조 4년인 1780년에 사신인 8촌 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에 가서 그 곳의 정치 제도 및 농사 기술과 실 생활의 모습, 그리고 세계 각국의 발전한 소식 등을 살피고 돌아와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발달시키자고 주장하여 많은 실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마장전》은 3명의 걸인을 등장시켜 친구 사귀기의 어려움을 말하고, 위선의 탈을 쓴 군자들의 친구 사귐을 풍자한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한 3명의 인물은 송 욱·조탑타·장덕홍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보통 군자란 학식과 덕행이 높거나 벼슬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이 군자란 사람들은 권세와 명성과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걸인들은, 군자가 친구를 사귈 때는 전혀 사리사욕이 없는 척하고, 얼굴에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상대방을 감동시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술책을 쓰기도 하고, 또 칭찬할 일이 있을 때는 먼저 상대를 나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나타내려면 우선 화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라에 대한 충성과 의리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이 관여할 일이지, 부귀한 이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논하고 있다. 이는 당시의 문인이나 학자들이 친구를 사귈 때, 그 방식이 걸인들보다 못함을 통탄한 것이다. 3명의 걸인 중 하나인 조탑타는, 비록 친구가 없더라도 군자와 사귀지는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특히 이 책의 끝 부분에서는 주인공들이 옷과 갓을 찢고, 허리에 새끼줄을 맨 채, 거리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무위도식하면서 명분만 내세우는 당시의 군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은이 박지원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이 외에도 10여 편의 한문 소설을 지어 양반들의 잘못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
호질》과 《
양반전》 등이 있다. 《호질》은 남자 주인공 인 북곽 선생을 통해 양반들의 거짓된 생활을 폭로하는 내용이고, 《양반전》은 양반들이 보기 좋게 쓰고 있는 허울을 벗기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